작가가 사랑한 작가, 작가가 사랑한 소설 - 이 시대 최고 작가들의 질투와 사랑을 부른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외 지음, 박여진.한은정 옮김 / 다음생각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대학생이 되어 뒤늦은 독서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엔 흥미 위주의 소설, 에세이를 접했고, 그 이후 시집, 인문 도서, 여행, 희곡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접하며 나름의 시야를 넓히고 있었다. 적어도 대한민국 평균 독서량을 깎아 먹지는 말자며 독서 전도사로 주변에 각자에 맞게 알맞은 책을 권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나의 독서는 흥미 위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몇 권의 고전들을 접했지만 아직까지 그 수준은 미미하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작가가 사랑한 작가, 작가가 사랑한 소설>.

글을 쓴다는 작업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단순한 말보다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특히 소설은 다른 장르에 비해 방대한 분량과 그 긴 호흡 속에 하나의 흐름을 잃지 않고 독자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필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바로 ‘그런 위대한 일을 하는 작가들이 인정한 작가와 작품이라면 일단 믿어볼만한 작품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그 작가들이 바로 세계적인 문호라면 두 말 할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막심 고리끼와의 진한 우정, 안톤 체호프 -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정신적 스승이자 헤밍웨이의 라이벌, 스콧 피츠제럴드 - <오! 적갈색 머리 마녀>

윌리엄 포크너가 미국문학의 가능성으로 알아본 작가, 셔우드 앤더슨 - <이유를 알고 싶다>

레이먼드 카버가 존경하고, 사무엘 베케트가 지적 아버지로 인정한 제임스 조이스 - <애러비>

버지니아 울프가 질투했던 단 한사람, 캐서린 맨스필드 - <차 한 잔>

레닌도 재미있게 읽었던 잭 런던 - <모닥불 피우기>

헨리 제임스와 지적인 교류와 우정을 나눈 이디스 워튼-<은자와 길들지 않은 여인>
롤랑 바르트도 문체의 장인으로 인정한 구스타프 플로베르 - <순박한 영혼>

차례만 봐도 흥분하는가?

그런 사람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책을 추천한 사람은 둘째 치고 추천 받은 작가도 생소한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작품은 단 한 작품도 내 눈에 익은 것이 없다. 솔직히 들어본 적도 없는 작품들이다. 실망할 필요 없다. 그렇기에 난 이 책을 읽을 자격(?)이 주어진 것이다.

제목부터 눈에 들어왔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은 뭔가 신비로울 듯 했지만 요즘 유행하는 막장드라마처럼 불륜을 다뤘다. 작품에 대한 기초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당한 한 방이었다. 그러나 이런 한 방은 계속 된다. 그리고 고전이라고, 명작이라고, 작가가 소개한 작품들이니까 이런 이유로 선입견을 가진 독자에게 여러 편의 작품들은 멋지게 한 방을 날린다. 그러나 그 한 방이 싫지 않다는 것, 그 사실이 신비롭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나는 명작다운 명작들, 또는 글을 쓰는 같은 작가들의 눈에 비친 멋진 작품, 작가를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각 장마다 작가의 이야기나 시대적 배경, 특별한 에피소드들이 있고 그들이 소개하는 작품이 열거되어 한 권의 책을 통해, 여러 편의 책을 읽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로 인해 독자는 여러 명의 작가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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