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벨상 이야기 - 천재와 바보의 경계에 선 괴짜들의 노벨상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32
마크 에이브러햄스 지음, 이은진 옮김 / 살림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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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천재들에게 주어지는 상이 무엇일까?

노벨상이라면 이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벨상 수상은 수상자뿐만 아니라 조국에도 명예를 바친다.

그렇다면 이그노벨상은 어떨까?

먼저 이그노벨상에 대해 말한다면 과학 유머 잡지 <황당무계 연구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매년 10개 부문(딱 지정되어 있지 않고 해마다 다르다)에 수여하는 상으로서 ‘다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주여지는 상이다. 매년 하버드에서 시상식이 벌어지고 인터넷으로 시상식 장면을 볼 수도 있다. 너무 긴 수상 소감을 하는 사람이 ‘미스 스위티 푸’의 애교스런(?) 목소리를 들으며 무대에서 끌려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보너스다. 이것 또한 이그노벨상만의 재치다.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의 반대적인 의미가 아니다.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만,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은 아카데미 상과 워스트 영화상의 모습으로 비교할 수 없다. 이그노벨상은 바보라기 보다는 괴짜, 독특한 아이디어를 진취적인 행동력으로 보인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물론 기분 좋게 수상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연락 두절인 사람, 심지어 감옥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들의 가치관으로 본다면 몇몇은 특이한 사람, 몇몇은 심심한 사람, 몇몇은 역사에 길이 남을 정말 나쁜 놈이다. 그 면면을 살펴본다면 이렇다.

출산을 돕는 기계로 특허 출헌한 블로스키 부부(이그노벨 보건상), 글래스고 변기 붕괴 사건을 보고한 학자들(이그노벨 공중 보건상, 1993년 스코틀랜드 의학저널에 실렸다), 모네와 피카소의 그림을 구별하는 비둘기를 교육한 일본인 학자(이그노벨 심리학상), 대합조개에게 항우울제 프로잭을 처방한 피터 퐁 교수(이그노벨 생물학상), 지옥에 갈 확률을 수학적으로 측정한 앨라배마 주 남부 침례교회(이그노벨 수학상), 닭도 핵융합을 한다고 발표한 프랑스 사람(이그노벨 물리학상)이 있는가 하면 칠레 경제를 말아먹은 국영 기업의 한 직원(이그노벨 경제학상, 이 상은 대체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를 크게 일으킨 사람들이 수상하는 경향이 있다)이 있는가하면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한 권 혁호씨가 이그노벨 환경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아내의 지독한 방귀냄새를 위해 필터가 달린 속옷을 개발한 박사, 오래된 동굴벽화를 낙서라고 지워버려 이그노벨 고고학상을 받은 프랑스 스카우트단 등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기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하고 놀라움에 입을 벌리고, 실소를 머금고, 박장대소를 하며 온 정신과 온 몸이 정열적으로 반응했다.

정적인 독서를 통해서도 동적인 열량 소비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라면 좀 과장일까?

이 책은 신나게 읽히고 신나게 반응하며 보는 엔돌핀 같은, 괴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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