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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A. 레바인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이 세상 모든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널 위해 만들어졌단다.”(본문 P38)

어린 소녀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버스를 타던 날, 나무가 그녀에게 들려준 말이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준비된 미래는?  

 

그렇게 버스를 타고 간 곳은 인도 뭄바이의 커먼 거리. 그곳에는 사창가가 즐비하다. 열 살도 안 된 어린 소녀의 순결은 그렇게 더럽혀진다. 그리고 잠시 고아원에서의 삶을 보내고 사창가에서 본격적인 매춘의 길에 들어선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주인공 바툭이 원했던 길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을 피할 방법도 용기도 없는 그녀에게 연필 한 자루는 그녀만의 도피처를 제공 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이런 삶에 종지부를 찍게도 한다.

어린 주인공 바툭의 모습은 보통의 주인공처럼 예쁜 얼굴을 가졌을지언정, 연필깍기가  필요하자 반두에게 요염한 미소를 보내고, 목적이 달성되자 과감히 그를 차가운 무관심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 캔디의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가 그런 삶에서 살아가는 방법으로 익힌 것인지도 모른다. 사회성과 가치관이 제대로 갖춰지기도 전에 매몰 찬 삶으로 내 던져진 어린 소녀에게 커먼가의 삶은 그녀가 삶을 배우는 교과서였으니까.

고아원을 지배하는 어린 아이들의 조직, 야자크.

불구인 아이들이 정상인 아이들보다 구걸의 효율성 때문에 더 높은 가치가 매겨지고,
고아원 내에서도 힘의 지배하에 성을 상납하는 관계 등….

어린 소녀가 제대로 된 가치관을 익히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냉혹했다.

그런 삶 속에서도 연필 한 자루와 공책 한 권에서 시작된 소녀의 ‘글쓰기’는 참담한 현실을 외면한 채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위안을 받는 소중한 선물 같은 존재이다.

지극히 자극적인 소재를 가지고 작가 제임스 레바인은 그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지극히 담대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가 실제로 인도 뭄바이 사창가 중 하나인 ‘철창 거리’에서 성노예 소녀가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 이 작품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IT관련 회사들의 본사가 있는 인도, 그러나 그 이면에는 50만이 넘는 아동 성노예와 엄청난 문맹률이 있다. 그런 현실에서 어린 매춘 소녀가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현실적인 또 다른 충격이었을 것이다. 거기서 시작된 작가의 많은 자료 수집은 인도 뭄바이 사창가 커먼가의 현실적인 모습과 어린 성노예들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바툭의 모습은 현실에 적응해가며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독자는 충격적이고 슬프고, 눈물이 나지만 바툭은 그 속에서도 연필 한 자루에 공책 한 권에 의지하며 잘 지내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쓴 글에 의해 삶을 마감한다.

작품 속 바툭이 지은 동화 ‘쌀 한톨’을 읽으며 현실에서 적응하며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 소녀가 부모에 대한 원망과 상처로 영혼의 상처를 입었음이 느껴져 더 가슴이 아팠다. 작가는 이런 현실의 아픔을 눈물로 호소하거나 극단적인 상황에서 절규로 표현하기 보다는 한 단계 거른 이런 형식으로 보여줌으로써 평범하지 않은 아름다운 소설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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