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나비 날아가다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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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래와 김삿갓이 단 한권의 책에 다룰 수 있는 인물들인가?

생각보다 얇은 두께(267쪽)의 책을 보며 처음으로 느낀 의문이다. 홍경래는 몰라도 김삿갓은 이미 여러 권의 소설로 접했던 인물로 나름 사전지식도 많고 내가 좋아하는 인물로서 화가 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김삿갓의 새로운 이야기를 또 접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환호했다.

소설에서 새로운 캐릭터(인물)들을 만나고 거기서 매력을 느끼는 실존인물들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작품들을 찾으며 그에 대한 매력에 흠뻑 취하곤 했던 내가 평소에 느끼던 그 한계를 이 책은 풀어줬다.

역사왜곡.

소설이나 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면서 그에 관심에 자료들을 찾다보면 허탈함을 느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요즘에는 특히 드라마가 심한 것 같다. 역사 드라마의 원작을 소설에 두다보니 허준보다 100년 전에 살았던 유의태가 허준의 스승으로 나오고 실록에 단 3번 거론된 대장금이 어의가 되고 영조의 어머니 최무수리는 숙종시대의 형사 콜롬보가 되었다.

이런 시기에 이 책은 실존 인물 김삿갓과 홍경래를 역사적인 사료 속에서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명품을 흉내 낸 짝퉁들의 세상에서 진짜 명품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듯 작가는 어떠한 군더더기나 꾸밈없이 사실에 입각한 두 인물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소설에서 느꼈던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허구라는 사실에 김빠지는 일 없이 작가의 담백한 어조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김삿갓과 홍경래의 인물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기 전, 김 삿갓과 달리 홍 경래는 국사책에서 공부한 홍경래의 난으로 기억될 뿐 사전 지식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김 삿갓과 홍 경래가 한 권의 책에 함께 실리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또한 홍경래의 난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로 국사책에서 느끼지 못했던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김 삿갓과 더불어 이제는 홍 경래라는 인물에게도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아무래도 한 동안 홍경래에 관한 검색으로 시간을 보낼 듯 하다.)

하지만 이 책의 의미는 역사 속 인물의 단순한 소개가 아니다.
왜곡된 역사에 안타까움을 느꼈다는 작가가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를 펼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존재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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