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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 십자군 전쟁에서 배우는 평화를 위한 지혜
박승찬 지음 / 오르골 / 2025년 1월
평점 :
국사를 좋아했다. 실존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담겨 있기에 재밌었다. 토정비결, 동의보감, 허준, 백동수, 상도, 김만덕 등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을 다룬 팩션 소설은 나의 애착 장르다. 소설을 통해 처음 만나서 실존 인물의 역사를 다시 찾아보면서 실제와 소설의 차이를 찾는 재미도 즐겼다.
하지만 세계사는 기초지식이 부족하다. 지리에도 약한 내가, 나라 명이 수시로 바뀌는 유럽사를 제대로 익힌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팩션 소설을 좋아하는 내가 레미제라블의 시대적 배경 프랑스 혁명을 찾아보게 되고, 쉰들러 리스트와 성경을 통해 유대인을 배척하는 문화에 대해 찾게 되면서 역사의 작은 부분들을 하나둘 익히게 되었다.
십자군 전쟁도 여러 작품을 통해 잠깐씩 등장하는 요소로 나왔기 때문에 종교전쟁이라는 짧은 배경지식만을 갖고 있었다. 자신이 믿는 그리스도교를 전파하기 위해, 자국의 부족한 부의 상황으로 정복을 위한 전쟁이라는 등 드문드문 짧은 지식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철학자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은 나의 띄엄띄엄한 십자군 전쟁에 관한 지식을 메우고픈 마음에 만난 책이다. 방송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와 “벌거벗은 세계사”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곳에서 작가가 미처 다루지 못하거나 편집된 부분을 메우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다는 머리말은 이 책을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십자군 전쟁에 대한 것을 제대로 알 수 있겠구나 싶었다.
큰 의미로는 종교전쟁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십자군 전쟁.
<철학자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은 십자군 전쟁 당시의 유럽과 이슬람 문화의 배경까지 다루면서 그 시대의 유럽사와 이슬람사까지 살펴볼 수 있다. 그로 인해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시대별 지도와 주석은 작가의 극진한 대접이자 친절이다. 주석이나 지도가 단순한 지식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십자군 전쟁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큰 주축이 된다. 주석을 통해 책이 더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다.
책의 도입 부분에 동로마제국으로 불리는 비잔티움 제국과 신성로마제국의 탄생, 교황과 왕권의 기 싸움, 동서교회의 분열을 다룬 십자군 전쟁 이전의 배경을 친절히 미리 설명해준다. 이슬람 세력의 확장으로 비잔티움 제국의 요청에 의한 십자군 전쟁의 시작(비잔티움 제국은 십자군에 의해 멸망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그러나 총 8회(민중 십자군은 제외)에 걸친 십자군 전쟁은 “데우스 로 볼트(Deus lo vult)!”라는 “신께서 그것을 원하신다.”라는 기치 아래 예루살렘 정복을 위해 시작되었다. 그러나 1차와 3차 십자군 전쟁 때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탈환했을 뿐, 십자군 전쟁의 의미는 나날이 퇴색되고 오히려 같은 그리스도교의 나라를 침공하거나 욕망으로 비잔티움 제국마저 멸망시킨다. 루이 9세처럼 진정으로 종교적 의미를 두고 참전한 이는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 대한민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짜 뉴스를 판별할 수 없는 국민이 대다수를 차지하면 소년 십자가의 운명처럼 한 나라의 국운이 망가질 수도 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한 나라는 번성했다. 그러나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와 모두 같게 만들려는 나라는 욕망으로 정복은 할 수 있을지언정 오래가지 못한다. 모든 나라가 그랬다. 모든 역사가 그랬다.
이 책의 저자는 지금 대한민국을 보고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