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날엔 말리꽃 향기를 따라가라 - 삶이라는 여행에서 나를 지켜주는 지혜의 말
재연 옮김 / 꼼지락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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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시집을 즐겨 읽었지만 매번 사랑타령에 지겨워졌다. 그리고 시집은 내 손에서 아주 오랫동안 벗어나 있었다.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이용택 시인이 엮은 시집을 다시금 접하게 되면서 아주 오랜만에 시를 다시 접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속으로 읽어보기도 하고, 소리내어 읽기도 하고, 기억에 남는 시는 암송도 하면서 아주 오랜만에 시의 매력에 빠졌다. 그리고 또 만난 <흔들리는 날엔 말리꽃 향기를 따라가라>.

스님의 시인 줄 알았더니 인도인들의 구전 시, 고전시를 번역한 시집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지금까지 접했던 시와는 조금 달라 당황스럽기도 한 부분도 있었다. 한편으론 아주 신선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 하나를 꺼내본다면

 

번민으로 가슴이 타는 자/ 낯선 땅을 헤매는 자/ 병상에 누운 자에게/ 친구 얼굴은 묘약/ 기쁠 때나 서러울 때나 변함없는/ 따사로운 진실.

 

묘약이라는 시다. ‘기쁠 때나 서러울 때나’는 결혼서약의 단골멘트지만 정작 그때 필요한 이는 사랑하는 연인이 아니라 친구라는 진실.

 

아들아!/ 글공부를 많이 하라고는 하지 않으마/ 그래도 최소한/ 친척이 개가 되고/ 전체가 부분이 되거나/ 한 번이 똥이 되지 않게는/ 배워야 할 게 아니냐.

 

아들에게 하는 충고라는 시인데 마지막에 ‘한 번이 똥이 되지 않게’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요약 설명에서 비슷한 철자나 발음을 가진 친척과 개, 전체와 부분, 한 번과 똥이 유사하다는 설명에 이해를 했다.

류시화님이 예전에 인도를 소개하는 책을 통해 한동안 인도를 갈망했었다. 하지만 여자의 몸으로 인도 여행의 어려움을 몸소 느끼기도 전에 뉴스에서 소개되는 여행객의 사고 소식(여자 여행객의 성폭행 사건)이 자주 등장하면서 인도에 대한 감정이 안 좋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삶에 대한 기본 철학이나 태도는 변함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낀다.

하찮은 것도 있는 곳에 따라 아름다워진다는 법을 아는 인도, 행운이 오나 안 오나 베풀라, 어차피 죄다 없어진다는 진리를 아는 인도, 부자는 뭘 먹어도 맛이 없고, 가난한 이는 나무토막도 소화시킨다는 인생이란 시에서도 인도의 철학을 느낀다.

 

IT강국의 인도, 부족한 사회 인프라, 하지만 역동하는 인도, 빈부격차가 심한 인도.

하지만 그들의 유구한 역사 속에 자리 잡은 그들의 기본 삶의 철학은 우리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음을, 아니 우리보다 훨씬 더 뛰어남을 그들의 시를 통해서도 깨우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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