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 -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두 거장의 마지막 가르침
미구엘 세라노 지음, 박광자.이미선 옮김 / 생각지도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0세기, 우리의 정신세계를 깊이 탐구했던 두 분의 위대한 영혼, 헤르만 헤세와 칼 구스타프 융. 한 분은 문학의 언어로, 다른 한 분은 심리학의 언어로 이야기하셨지만, 그 두 분의 시선이 머무른 곳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바로 우리 내면의 가장 깊은 곳, 영혼의 속삭임을 향해서였죠. "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는 이 두 분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나눈 대화들을 가만히 따라가며, 인간 존재의 뿌리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나서는 아름다운 여정을 담은 책입니다.
젊은 시절 헤세의 "데미안"과 융 선생님의 글에서 깊은 감동을 받고, 두 분을 마치 '내면의 스승'처럼 마음에 품었던 세라노는 인도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던 중, 오랜 고요한 사색 끝에 직접 그분들을 찾아 떠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스위스의 고즈넉한 산자락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의 내면을 완성해나가던 헤세와 융 선생님을 차례로 만나게 되죠. 세라노는 이 모든 만남을 '동시성의 작용'이라고 부르며, 그분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헤세와 융 선생님은 세라노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인간과 세상에 대한 당신들의 소중한 깨달음을 잔잔하게 풀어놓으셨다고 해요. 세라노가 하나하나 정성껏 기록한 이 모든 대화는 두 분 거장의 마음속 교류가 고스란히 담겨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도 따뜻한 여운이 가득 밀려왔습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을 따스한 마음 하나로 이어주는 책'이라는 표현처럼, 살아온 환경과 국적, 그리고 출신이 모두 달랐던 헤세와 융 선생님은 마치 '영혼의 쌍둥이'처럼 서로 닮은 운명을 지니셨던 것 같아요.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어루만지고, 인류의 지혜를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이끄는 삶, 그리고 글쓰기의 힘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지적인 모험. 그들은 이 모든 면에서 깊이 닮아 있었고, 그래서 서로에게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저처럼 "데미안"을 사랑했던 40대 아줌마에게 이 책은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 오래된 친구와의 만남처럼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시간이 흘러 내면의 깊은 의미를 더욱 찾게 되는 지금, 헤세와 융이라는 위대한 영혼들과 함께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다정한 산책길처럼 느껴졌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눈을 감으면, 머나먼 스위스의 호숫가에서 잔잔한 나룻배에 앉아 책을 읽는 융 선생님, 그리고 알프스 마을에서 데미안을 써 내려가던 헤르만 헤세 선생님의 다정하고 고즈넉한 일상이 저절로 떠올라, 마음 한편이 따스하게 채워지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효율성만을 좇기 쉬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영혼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깊은 깨달음과 치유의 메시지를 안겨줍니다. 헤세와 융 선생님의 생각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우리 삶에 녹여내는 데, 이 책만큼 소중한 길잡이는 없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