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달의 제단 "

아름답고 고즈넉한 효계당, 그런곳에서 살고 싶다

아름답지만,  오늘의 효계당으로 있기 위해,  굴절되고 왜곡된 과거를 강요하고,

열녀문으로 치장한 채, 효계당은 아름답고 위엄 있는 듯 지금도 서 있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 위선적인 과거만큼이나 저마다의 상처를 저 안 깊은 곳에 묻어 둔 채, 그들의 영혼은 결핍되고 그들의 관계는 굴절되어있다

치유되지 못한 자신의 상처가 세계 속에서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엿볼 수 있다

쓰러져가는 종가를 지키려는, 다시 일으키려는 의지가 강한 종주인 할아버지,  그에 비해 여리기만 하고 약해 보이는 현재 국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인 서자 종손 상룡과의 심리적 갈등, 자식이 없어 남편을 다른여자에게 빼앗기고 결국 다리병신 딸만 낳아 쫓겨나다시피한 달시룻댁 ,  불구다리에다 생산이 불가능한 태를 가졌으며, 상룡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그녀의 딸 정실....... 

< "잘못했다, 상룡아... 울지 마라... 울지 마라, 상룡아... 내는 그냥 효계당에 살게만 해주믄...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을게. 니가 내를 가지고 놀든지... 내를 걸레라꼬 욕하든지... 내가 니한테 머신 할 말이 있겠노."
정실이 나를 덥석 끌어안았다. 그 거대한 살 무더기에 깔려 정신이 아뜩하도록 숨이 막혔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천하 병신 권정실 앞에서 울고 불었으니 사실 죽는 편이 나았다.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없었다. 죽기를 바라는지 살기를 바라는지, 사랑하기를 바라는지 미워하기를 바라는지. 바라기로는 오로지 정실에게서 육체적인 쾌락만 취할 수 있기를 원했건만, 천하 병신 정실조차 다소곳이 동의한 일이었건만, 그마저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듯했다.  - 본문중에서 - >

정실의 불임의 자궁이 어떻게 생명을 잉태 하게 되는지.......감동이다 .......정실의 상룡에 대한 지고지순한 순정이  자연의 거대한 질서를 움직이게 했던 걸까? 

아마도 정말 소설속의 표현대로 효계당의 지금은 죽어 귀신이 되어 버린 마지막 종손며느리가 정실의 차가워진 자궁을 잉태 할 수 있도록 따뜻한 기운으로 열어 주었던 걸까?.........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성룡의 母를 사랑한 남편에 대한 복수인가?

효계당(종주, 종손....)에 대한 그녀의 사랑인가? 

그들이 효계당을 배경으로 엮어가는 모습은....

아름답고 매혹적인 제목이 주는  흡인력과 겉표지가주는 마법적인 색채에 이끌어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  쿨한 사람, 쿨한 관계, 쿨한 소설, 쿨한 영화들이 이 세상을 휩쓸어 버린 것이 어느 시점부터였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경쾌하고 은근한 노랫자락에 얹어서 똑같이 쿨하다고 착각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쿨하지 못한 우리네 인생. 아무래도 사는 건 구차하고 남루하다.
뜨겁게. 여한 없이 뜨겁게. 어차피 한 번 왔다 가는 세상 뜨겁게. 가슴의 뜨거움조차 잊어버린 쿨한 세상의 냉기에 질려 버렸다. 맹렬히 불타오르고 재조차 남지 않도록 사그라짐을 영광으로 여기는 옛날식의 정열을 다시 만나도 싶다. 그것이 요즘 유행하고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라 해도. - 작가의말중에서 -   >

가슴의 뜨거움조차 잊어버린 쿨한 세상의 냉기에 질렸고, 맹렬히 불타오르는 재조차 남지 않도록 사그라짐을 영광으로 여기는 옛날식의 정열을 다시 만나도 싶다는 작가의 말에 절대 공감하며, 소설의 엔딩에서 깜깜한 밤, 밤의 장중한 위엄 속에 서 있던 효계당이 붉은 화염 불길 속에서 재로 사그라 들어 갈때의 그 충격!, 그 충격이 안타까움으로, 안타까움이 서운함으로 , 결국은 안위로 잦아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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