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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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소설 중에서 쇼코가 자주 부르던 노래였던가?

이리사와 야오스의 詩 였다네요....... 

"반짝 반짝 빛나는 -이리사와 야스오 " 

 반짝반짝 빛나는 지갑을 꺼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샀다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도 샀다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사서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가 손에 든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속의 물고기
 반짝반짝 빛나는 거스름 동전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와 둘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밤길을 돌아간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 하늘 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을 흘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는 울었다

여자는 왜 울었을까?

쇼코도 울고 있었던걸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중에 가장 오래 여운이 남는 소설 중 하나다. 몇년이 지나 다시 읽게 되었다. 너무나 예쁜 소설이다,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소외받는 주인공들이지만 에쿠니 가오리가 그려내고 있는 캐릭터 한명 한명이  나에겐 너무 예쁘기만 하고, 반짝반짝 빛난다. 이러한 에쿠니 가오리만의 특별한 재능에 감동한다

간결한 문체에  짧은 길이의 소설이지만, 그 감동의 깊이는 무한으로 남는다    

각 장 마다 쇼코와 무츠키의 관점으로 엇갈리며 써 나가고 있다   

쇼코는 엉뚱한 듯하지만 무츠키의 사랑과 관심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있고 ............. 

(- 미즈호와의 통화에서 : 나는 수화기에다 대고 울음을 왕 터뜨렸다. 왜 울고 있는지 나도 몰랐다. "목욕을 하면서 위스키를 마셨어. 무츠키는 전화도 해주지 않았고. 야근할 때는 항상 전화했었는데. 도너츠 사가지고 왔는데, 그런데 내가 심술궂게 대했어.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그런데,"      

- 무츠키가 들어왔을 때 나는 얕은 잠에 빠져 있었다...무츠키가 천천히 침대로 다가온다. 나는 감각을 곤두세우고 전신으로 무츠키를 느기려 하였다. 무츠키의 발소리, 무츠키의 기척."미안해"내 눈꺼풀을 살며시 만지면서 무츠키는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말한다.내가 깨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라고 생각했다.몸 아래로 무츠키의 손이 미끄러져 들어왔을 때, 무츠키가 나를 안아올리는 것보다 한순간 빨리, 나는 무츠키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무츠키의 체온,무츠키의 고동소리.나는 어린애처럼 안심하였다.나와 무츠키는 단 한 번도 섹스를 한 적이 없지만, 무츠키의 몸은 내 몸에, 그야말로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스민다.주차장은 넓고, 무수한 자동차가 저녁 해를 받고 있었다.무츠키의 걸음걸이에 맞춰 나는 몸을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눈에 익은 헌차의 모습을 찾았다.조그만 감색,무츠키가 사랑하는 차.차안에서도 나는 내내 자는 척하고 있었다.무츠키는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테이프를 틀어 주었다. 우리는 연안 도로를 타고 천천히 달렸다. 나는 그리운 우리의 아파트를 생각했다,하얀 난간이 있는 베란다와 보라 아저씨,곤의 나무,어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나는 잠든 채 창문을 연다.줄리의 달콤한 노랫소리가, 저녁 하늘에 녹아들었다.)

무츠키의 무관심한 듯 하지만 결코 감출 수 없는 자상하고 친절하기만 한 모습은 나조차도 뭉클해진다  

( - 쇼코 : "무츠키는 자상하고 친절하다.그리고 그건 때로 아주 고통스럽다."..사랑일까?) 

신기한 것은 그둘의 서로에 대한 시선은 우리의 왜곡적이고 냉소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더 열려 있고 더                                                       

소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현실도피적이고 알콜의존적인 쇼코와, 일요일에 청소를 하는 것이 취미인 인텔리 게이의사 무츠키의, 알콩달콩하다기 보다는 다소 엽기적인 신혼생활이다, 합법적인 결혼을 가장하여 상호이해합의 결과로 시작하게 된 동거생활이지만...

하지만 거기에도 사랑이란게 처음부터 있었던 걸까? 

아니면 나중에라도 사랑이란게 생겨 난걸까?   사랑이란 뭘까?  

지금 난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츠키의 병원과 애인 곤, 친구의사 카카이(역시 게이)와의 관계로 확대되면서 얘기는 재밌게?  심각하게?  독특하게 펼쳐진다

( - 쇼코 : "곤이 무츠키의 아이를 낳았으면 좋았을텐데......")

급기야 곤과 무츠키의 정액을 섞어 인공수정을 하고 싶어 하던 쇼코의 무츠키에 대한 사랑?, 집착?

돌연 곤의 일주일간 사라진 사건으로 그들의 갈등은 고조된다...하지만 곤에 대한 무츠키의 마음을 회복시키고자 했던 쇼코의 깜짝쇼?.............9월 30일 맞선본날! 쇼코와 무츠키의 신혼집 바로 아래층 202호,......하얀벽,하얀천장,날개가 네개 달린 커다란 장식 선풍기.쇼코와 무츠키의 방과 똑같은 이미지로 곤의 집으로 꾸미고, 그들은 새로이 화해하고 다시 뭉치며, 파티를 계획한다. 

( - 쇼코 : "무사히 돌아론 곤 씨와, 우리 세사람의 1주년을 위하여"  

   - 곤 : "이제야 간신히 독립한 부부 두사람을 위하여" 라며 엷은 색 액체를 마시자, 라디오에서 정겨운 곡이 흘러나왔다. 빌리조엘이다.  

 - 쇼코 : "나는 왠지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불안정하고, 좌충우돌이고, 언제 다시 와장창 무너질지 모르는 생활, 서로의 애정만으로 성립되어 있는 생활.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정말 또라이들이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이런 류의 말이 본능적으로 바로 내뱉어 질 것이다.(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괴리된 또 그들(쇼코와 무츠키와 곤)만의 현실......... 하지만 왜 이리도 나의 가슴이 저며오는 걸까? 무슨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 걸까?그들만의 삶이 아닌 나의 삶에 과연 그들의 무엇이 투영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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