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남과 여, 성차별을 넘어서



여성부가 오래전 전국의 성인남녀 7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답니다. 그 조사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물이 <성 평등 지표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 남녀 성 평등에 대한 인식조사>입니다. 이 결과물에 몇몇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더군요.

설문의 결과에 따르면 일상에서 남녀가 가장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분야는 `밤거리 안전문제`라고 합니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길이 조금 외진 곳이라면? 회식이라도 하고 밤 늦은 시간 택시라도 타야 하는 상황이라면?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보면 공감이 가는 대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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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은 묻습니다. 실질적인 남녀평등을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것. 설문은 또 묻습니다. 실질적인 남녀평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임금 격차 해소, 취업차별 금지, 가사노동 분담, 승진차별 금지, 육아부담 등. 부끄러워지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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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녀불평등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가 봅니다.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릴리 레드베터라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이 여성은 세계적인 회사 굿이어에서 19년 동안 일했습니다. 이 여성은 남성들과의 임금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것을 알고 굿이어사를 상대로 소송을 냅니다. 그러나 소송에서 그녀는 패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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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합세, 릴리 레드베터의 사례는 법안으로 만들어집니다. 남녀가 직장 내에서 성별을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릴리 레드베터 평등임금법˝이 그것입니다. 이 법안은 올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서명과 동시에 실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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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얼마 전 버스에서 보았던 광고 카피가 생각납니다.

그 남자에겐 앞만 보고 가야 하는 길입니다. 그 여자에겐 땅도 보고 가야 하는 길입니다.
그 남자에겐 체력이 걱정되는 시간입니다. 그 여자에겐 아이가 걱정되는 시간입니다.
그 남자에겐 가족을 만나는 지름길입니다. 그 여자에겐 가슴이 조마조마한 길입니다.˝

서울시에서 2007년 7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여성이 행복한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광고였습니다. 가슴에 와 닿는 카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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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았습니다. 광고에서처럼 거리나 퇴근 시간,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 등 일상의 많은 것들이 남성 중심으로 되었구나. 그래서 `여자의 눈으로 보면 조금 다른 세상이기에` 여성들이 불편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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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임금격차, 취업차별, 가사노동 등의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불평등한 것들은 당연히 없어져야겠죠. 그런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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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처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적인 해법은 아닌 듯 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조금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마음가짐, 이것이 본질적인 해법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사회를 유지시키고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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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저부터라도 마음가짐을 다르게 하고 행동으로 옮겨볼까 합니다. 거창하게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도 좋겠지만 아주 작더라도 하나하나 바꾸어 나가는 행동이 더 중요할 듯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알리스 슈바르처의 《아주 작은 차이》에서 발췌한 글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이 세상의 그 어느 것보다 지독하게, 인종차별이나 계급차별보다도 더 명확하게 인간을 규정하는 것이 바로 이 여자 아니면 남자라는 성적 차별이다. 출생과 더불어 아들이 되고 딸이 되는 이 성적 차별은 평생토록 가장 큰 운명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한 인간의 운명이 아들이냐 딸이냐로 결정이 된 후 남자가 되는 혹은 여자가 되는 혹독한 훈련이 시작되면, 누구도 거기서 빠져 나올 수 없다.[알리스 슈바르처(김재희 역), 《아주 작은 차이》, 이프, 2001,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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