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보급판 문고본)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클로버, 행복을 부르는 미소



클로버. 일명 토끼풀이라고 하지요.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여러해살이풀. 해마다 6~7월이면 풀밭에 가득 보이지요. 풀 내음 가득한 곳. 혹시 행운이 찾아오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네 잎 클로버를 찾느라 몰두하신 적이 없으십니까? 오늘은 이 클로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며칠 전 동네 서점에 갔습니다. 동네 서점이기는 하지만 나름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는제법 큰 서점입니다. 대형 서점까지 가기에 번잡스럽고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이 동네 서점이 제 몫을 톡톡히 합니다.

신문에 소개 된 신간들을 뒤지다 관심 가는 책을 메모지에 적은 뒤 동네 서점에 들어섭니다. 주인이 반가이 맞으며 인사하고, 저는 이내 메모지에 적힌 책들을 찾아봅니다. 한 권만 제외하고는 다 있더군요. 그 중 몇 권의 책을 샀습니다.

계산을 마치자 서점 주인이 선물로 서표를 하나 주시더군요. 순금으로 만든 클로버 모양의 서표입니다. 특이하게도 세 잎 클로버 모양입니다.

제가 아쉬워하며 말했습니다. 이왕이면 네 잎 클로버였음 더 좋았을텐데. 주인이 웃으며 말합니다. 진짜 의미가 있는 것은 네 잎 클로버가 아니라 세 잎 클로버랍니다. 제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물었습니다. 왜 세 잎 클로버가 의미 있죠?

서점 주인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클로버의 꽃말을 아시나요?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랍니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랍니다. 과연 당신은 무엇을 갖고 싶은가요? 행복을 뜻하는 세 잎 클로버인가요? 행운을 뜻하는 네 잎 클로버인가요?

아마도 대부분 네 잎 클로버를 선택할 겁니다. 세 잎 클로버는 주변에 가득하고, 그래서 하찮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변에 가득한 세 잎 클로버처럼 행복도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이라면? 그렇게 잠시만 눈을 돌리고 생각을 바꾸면 우리는 늘 행복할 수 있답니다.

그럼에도 저도 그렇고 사람들은 네 잎 클로버만을 찾으려고 하죠. 행운의 여신이 미소 짓기를 바라면서.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요?

서점 주인은 또 말합니다. 세 잎 클로버로 행복해졌다면 이제 세 잎 클로버의 한 잎을 떼서 다른 사람의 세 잎 클로버에 붙여줘 보세요. 그렇게 네 잎이 되면 행운을 부를 수 있답니다. 문득 이철환의《못난이 만두 이야기》에 있는 글이 생각났습니다.

˝당신의 재능은 사람들 머리 속에 기억되지만, 당신의 배려와 인간적인 여백은 사람들 가슴 속에 기억됩니다. 가슴으로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당신 편입니다.˝

그렇습니다. 내 잎을 다른 사람의 잎에 건네주듯 다른 사람에 대해 깊은 관심과 배려를 가질 때, 그래서 가슴으로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행운은 그렇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세 잎 클로버의 의미를 새겨보면서,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발췌한 글을 읽어드리고자 합니다.

한 중년의 여자 환자가 있었다. 그녀는 매일 방에서 나와 타일 바닥에 얼굴을 박고 엎드려 몇 시간이고 그대로 있었다. 의사나 간호사들은 그녀를 빙 돌아 지나갔다. 모리 선생님은 겁에 질려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자기 직무인 관찰 기록을 해나갔다. 매일 그 환자는 같은 일을 반복했다. 아침에 병실에서 나와 바닥에 엎드려서 저녁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지도 않았고, 모두 그녀를 못 본 체했다. 모리 선생님은 그것이 슬펐다. 그래서 그는 바닥에 함께 앉아 있기 시작했다. 옆에 엎드리기까지 하면서, 그녀를 비참한 상황에서 끌어내려 노력했다. 결국 그는 그 여자 환자를 앉혔고, 방으로 되돌려 보내기까지 했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과 똑같았다. 자기가 거기 있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모리는 그것을 알게 되었다.[미치 앨봄(공경희 역),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세종서적, 2002, pp.1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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