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뭐 어쨌다고 - 소중한 꿈을 가진 이에게 보내는 김홍신의 인생 절대 메시지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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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저에게 주어진 한 가지 문제를 두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었음에도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민을 하고, 갈등을 하였다는 것이겠지요. 제가 고민을 했던 이유는 그 결론을 어떻게 마무리 짓는 것이 아름다울지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어차피 결론은 내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꼬이기 시작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지에 가지를 치고 뻗어나갔고 어느새 상상(망상)은 산만해져 있더라구요.

 

지금 저의 상황에서 <그게 뭐 어쨌다고>는 매우 시기적절하게 얻은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참으로 so cool한 타이틀의 에세이집이죠? 삶을 복잡하게만 바라보고 있는 요즘의 사회인들, 본인을 가장 불쌍하다고 여기고 있는 요즘의 젊은이들, 힘겨운 일로 방황하고 있을 때 있지도 않은 정답을 찾느라 분주한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사람들은 그러지 않아도 될 문제에 대해 심각해지고 진지해집니다. 이 책은 내 마음을 번잡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됨으로서 삶의 의욕을 일으켜 보는 것은 어떨지 친절하게 조언해줍니다. 나를 괴롭히는 시련과 고통들은 스스로가 만들어 낸 허상일지 모릅니다. 자신을 가치있고 소중한 존재로서 사랑하는 것이 첫째요, 실수를 두려워말고 도전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갖는 것이 둘째입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함께 어울리고자 하는 오픈마인드와 그 어떤 것이라도 즐기고자 하는 여유로움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김홍신 작가님은 어려울지 모르는 위의 메시지를 나긋나긋한 문체로 이해하기 쉽게 전해줍니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요즘 사람들 중에 괴롭지 않고, 슬프지 않고, 힘들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요? 현실을 인정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을 위한 다정다감한 에세이집입니다. 인생선배, 김홍신 작가님의 다양한 경험담과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문구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내 큰 문제들은 금방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작은 것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힘겨운 일로 방황할 때, 한 번 되뇌어보세요. 그게 뭐 어쨌다고! 한 번 외쳐보는 것 만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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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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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난설헌>은 엄정한 시대와 현실의 벽 앞에 놓였음에도 자신의 능력을 숨기지만은 않았던 아름다운 여성의 이야기다. 또한 조선의 유교적 여성상에 갇힌채 원망과 분노를 표현하기 보다는 그것들을 소중한 문장과 시로 남겨 강한 인상을 전해주고 있는 매력적인 여성의 이야기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의 소리가 담을 넘으면 안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절대 통하지 않을 속담들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조선 중기. 당시는 남존여비사상이나 가부장제도에 모두가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던 시기였다. 이처럼 조선시대의 아녀자라면 죽어지내는 것이 도리였음에도, "나에게는 세 가지 한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던, 강인하지만 아름다웠던 여성. 그동안 나에게는 조선여류시인 정도,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누이 정도로 알려진 '허난설헌'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난설헌은 자의식만큼은 그 어떤 사내대장부보다 강인했고, 지적능력은 그들보다 우월했었기에 비운의 삶을 살아야했다. 결혼 이전의 난설헌은 개방적이고 가족적인 가풍 덕분에 살림살이보다는 서책을 가까이했던 여성이었다. 유교적 여성상에서 벗어나 오라버니, 동생과 문장을 논하였고, 여덟살의 나이에는 '백옥루 상량문'을 지어 세상의 문장가들을 매료시켰다. 자신이 품고 있는 감성들을 문장으로 풀어쓸 수 있는 행복을 깨우쳤다는 불운 때문에 그녀는 결혼 후 눈물의 삶을 살아야 했다.

 

결혼 후, 남편 성립은 자신보다 뛰어난 지적능력과 다가가기 힘든 그녀의 정갈함 때문이었는지, 부인에게 따스한 눈길과 마음을 주지 않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어미를 앞세운 두 자녀와 끊임없이 불어닥친 친정의 불운, 남편의 외도와 수 번의 과거 낙방까지. 시어머니의 서릿발처럼 모진 시집살이는 그녀의 불행함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요소였다.

 

너 때문에 남편이 과거에서 낙방하는 것이고, 너 때문에 아이들이 병약하여 일찍 세상을 떠났고, 여자인 주제에 붓을 들려하는 너 때문에 이 모든 불행이 닥치는 것이라했던 시어머니의 말도 되지 않는 시집살이에도 난설헌은 쉽게 분노하거나 흥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로움과 고통을 견뎌내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강인함과 예술혼으로 승화시켰고, 그녀의 이상을 잃지 않았다. 만약 그녀에게 다정한 남편, 든든한 시댁, 건강한 아이들이 있었다면 그녀는 아름다운 시어들을 남길 수 있었을까. 그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서 누구의 아내로, 누구의 엄마로, 어떤 가정의 지어미로 살았다면 뜨거운 생의 의지를 밝혔던 섬세한 문체들을 써내려갈 수 있었을까. 영민했고 다정했던 그녀는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존중받지 못했지만 그 모든 것들을 인내했던 덕분에 아름다운 시구들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페이지를 빠르게 넘길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한 문장 한 문장 되새기며 넘길 수 있는 감상이 있는 소설이었다.(역사소설이나 평전은 아니다) 김훈 작가의 여성ver 같은 느낌. 아래는 난설헌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구였다. 마음 속에 넘쳐흐르는 감상을 참고 견디어야 했던 그녀의 삶. 그렇게 누르고 누르다 꺼낸 시구들이 그렇게나 빛을 발했던 것일까.

 

잠은 달아나고, 뽀송뽀송 눈꺼풀이 말려 올라간다. 팔베개를 하고 누웠던 그미는 가만히 몸을 일으킨다. 마음에 떠오른 자잘한 무늬들을 종이에 적어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손끝을 떨리게 한다. 무수한 시어들이 머릿속에서 끓어올랐다. 하지만 여기가 어디라고, 서방님 잠든 머리맡에 촛불을 켜고 앉아 시를 적는단 말인가. 안 될 말이다. - p115

 

<2012-3> 난설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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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2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미래 시장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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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하게 흩어져있는 사실들을 한 눈에 들어오도록 정리하는 일이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 사실들이 이미 알고 있던 것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알고 있던 사실들에는 명확하게 깨닫지 못했던 것들일지라도 나와 관계가 있는 것들 역시 포함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대중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순간, 그 컨텐츠는 정보가 되고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된다. 그것이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집필진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2>는 2007년부터 발간되었던 시장 트렌드를 분석한 도서 시리즈의 최신판으로, 2011년도의 소비 트렌드를 정리해주고 2012년도의 소비트렌드 전망을 제시해준다. 매년마다 10개의 키워드를 선정하여 우리가 살아온 일상 속 트렌드들을 속시원하게 정리해준다. 용의 해, 임진년과 어울리는 DRAGON BALL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불확실하고 위태로운 내년의 트렌드를 전망하였다. 시대를 살아가며 미리 예측하는 것을 좋아하거나, 남들보다는 깨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한 번씩 읽어보았으면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적잖이 깜놀했던 부분은 2011년도 TWO RABBITS 키워드의 예측력이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키워드들과 분석일지 모른다. (어느 누가 급변하는 시대, 불확실한 시대, 외로운 우리들을 예측하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사실들을 그들은 깔끔하게 정리해주었고, 10개의 키워드가 깨알같게도 지난해의 트렌드에 적용되었다. 그런 부분 덕분에 읽는 내내 '싱기방기한 예측과 전망이다!'라며 놀랄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의 키워드와 분석예측에도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드래곤볼이라는 키워드가 관통하는 주제를 정리해보면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설득과 공감능력'을 꼽고 싶다고 그들은 이야기한다. 그 어느때보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방황하는 20대인 나에게는 조금이라도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에 안도를 하게 된다. 딱 떨어지는 정답은 아니지만 미약하나마 그 안도감을 느껴보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이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하단에는 10개의 키워드를 간단하게 기재해보았다. 사실 키워드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2012 DRAGON BALL

 

1. Deliver true heart 진정성을 전하라

2. Rawganic fever 이제는 로가닉 시대

3. Attention! Please 주목경제가 뜬다

4. Give'em personalities 인격을 만들어 주세요

5. Over the generation 세대 공감 대한민국

6. Neo-minorism 마이너, 세상 밖으로

7. Blank of my life 스위치를 꺼라

8. All by myself society 자생, 자발, 자족

9. Let's Plan B 차선, 최선이 되다

10. Lessen your risk 위기를 관리하다

 

 

 

 

<2012-2> 트렌드 코리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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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13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8.0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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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다양한 의지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이 그것을 왜 이루려 하는지, 그것들을 이루기 위한 열정이 어느 정도 인지, 그것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분류하기도 힘이 들 정도로 가지각색이죠. 여기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해줄 수 있다'며 자신만만한 책 한 권이 저에게 왔습니다. 책 표지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 제목과 "13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의 인기강의" "왜 세계 최고 MBA에서 가장 비싼 강의가 될 수 밖에 없는가?"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박혀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번쩍이게 하는 멋진 타이틀임이 분명하네요.

 

여러분은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원하는 것을 잘 얻어 내시나요?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말 잘하고, 머리 좋고, 능력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현명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자신의 목적을 이루어내고, 목표를 달성해내기 위해서 협상과 설득은 피해갈 수 없는 필수의 과정이지만 그 잘난 사람들 틈새에서 살아나기 위해 그 행위들을 해나간다는 것은 한숨부터 나오는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합니다. 저 역시 세계적인 MBA 와튼스쿨에서 최고의 강의라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강의를 담은 이 책이 궁금해져서 연필 한 자루를 들고 열독을 시작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는 자습서나 명강의라 불리우는 강좌들의 특징은 '누구나' '쉽게' '어떤 곳에든' 적용할 수 있는 논리와 이론들로 설명을 해준다는 것이죠. 이 책 역시 그러한 것들과 같습니다. 무려 와튼스쿨의 전설로 불리우는 협상강좌를 정리해놓은 책이라고 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물론 책 내부에는 '보통사람들의 통념을 뒤엎는 창의적 문제 해결법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철저한 방법론'을 소개한다고 거창하게 쓰여 있지만! 어렵지 않아요~ ㅎㅎ 대단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책에 쓰여진 기본적인 개념과 이론을 기억하고, 약간의 꼼수를 써서 자신의 상황에 적용시킨다면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이론이 나의 실생활에 적용되는 싱기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책이 꽤 두껍긴 하지만 아래의 세 가지를 이런 저런 다양한 사례들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이전에 아래의 질문에 답을 해보아라

 

1.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2. 상대방은 누구인가?

3. 설득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위의 질문을 다양한 상황 속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접근시키는지, 상대방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하는 실제 사례들이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독자들은 내용들을 재미있게 읽으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실천하면 됩니다. 할 수 없어! 어려울거야! 같은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를 바탕에 깔아두고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읽다보면 '난 내일 이렇게 활용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 본인은 물론, 자신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실제 경험한 성공담과 실패담들을 재미있게 읽다보면 두터운 책 한 권을 뚝딱 읽게 됩니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접적인 방법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는 이는 실망할지 모르겠지만, 모든 상황에 적용 가능한 재미있고 다양한 협상법과 사례를 기대한 저에게는 만족스러운 책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진짜 목표는 무엇인가요? 무엇인가를 얻어내려 협상하기 이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하고 나서, 스튜어트 교수가 제시한 협상법을 차근히 적용해가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던 목표가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요.

 

이 강의를 실제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와 상대방의 생각에 집중하고 공감하고 접근하는 방법을 글자가 아닌 실제의 강의로 들으면 훨씬 와닿지 않았을까요. 항상 상대방에게 말려들어가는 성격에 고민이 많던 저에게 유용한 실용서적이었습니다. 제가 읽은 것들은 실제의 상황 속에서 반드시 연습을 하려 합니다. "뛰어난 협상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2012-1>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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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헤르타 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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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문학동네 카페에 들어갔다가 이 책의 추천글을 읽었다. 노벨 문학상 작품은 어렵기 때문에 나와는 맞지 않다, 그 작품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인정받는 것들이기 때문에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으로 그동안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던 분야의 도서들이었다. 하지만 그 추천글을 읽고는 바로 장바구니로 쏙 넣어버린 책. 바로 헤르타 뮐러의 <저지대>가 그러했다. 추천글에는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녀의 문체를 찬양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어려운 글을 찾아다니며 혼자 많은 생각을 하기를 바랬던 나에게 딱 좋은 도서가 아닐까 싶었다.


서정성과 죽음이 어울리는 조합일 수 있을까. 독일계 루마니아 소수민족 작가 그룹을 뜻하는 '제5독일문학'으로 분류되는 헤르타 뮐러. 그녀는 200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녀가 성장해온 '독일 이주민들이 사는 루마니아 바나트지방'의 보수적인 가정. 이 책은 그 마을의 전경을 서정적이면서도 어둡고 난해하게 그려낸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토록 난해하게 그려낸 이유는 무엇일지 찾아보았다. 이는 출판당시의 검열과 억압이 심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초현실적이고 서정적인 문장과 표현력으로 정권의 탄압을 빗겨갈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저지대>는 단편집이다. 하지만 하나의 마을에 살고 있는 서민들의 모습을 그려내었다는 점에서는 각각의 이야기와 분위기가 연결되어 있었다. 반면에 짧은 단편글 안에서도 문장들 하나하나가 제각각 움직이며 초현실적인 묘사를 해나가는 것을 보면 서사성은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것들이 머리 속에 쌓이다보면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다양한 책들, 소설들을 읽어보았지만 이처럼 신비한 감상은 처음이다. 그녀의 장편소설도 이러할까? 단편집 <저지대>만 이렇게 독특할까. 그녀의 장편으로 유명한 <숨그네>를 필독해보고 싶어진다.


게다가 그녀의 표현과 묘사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세계였다. 읽는 내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혹은 '나와 같은 것을 바라보면서도 이렇게 표현해낼 수 있다니'와 같은 감탄을 쉴 새 없이 내뱉었다. 처음에는 멋진 표현들을 차근차근 정리하다가, 이 책의 99%가 그러한 표현임을 깨닫고는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한 번 읽고 치워놓을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상징성이 있는 존재들이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데 그녀가 살았던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깨닫기가 불가능했다. 조금 더 공부하고 나서, 그리고 그녀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고 나서, 이 책을 다시 펼쳐보아야 할 것 같다.


A 라는 책은 B라는 상황 속, C라는 장소, D라는 나의 감정이 모두 어우러졌을 때 그 감상과 감동이 배가된다. 이 책은 그러한 조건들을 갖추고 읽기에 참 까다롭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지하철에서 쉽게 쉽게 넘길 수 있는 책이 아니었고, 바쁜 일상 속에서 스토리에 대한 이해와 감동이 쉽게 와닿는 책도 아니었고, 짧게 주어진 쉬는 시간에 읽을만한 단편도 아니었다. 옆에 커피 한 잔을 준비하여 적어도 1시간은 여유가 주어졌을 때, 그리고 그녀가 그려내는 어둡고 암울한 마을에 초대받을 감정이 잡혀있을 때 읽어야 그나마 그 어려운 문장들이 내 것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읽고 나면 한참은 그 여운 속에 빠져서 잠이 들 때까지 읽었던 이미지들을 떠올려야 했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마성을 품고 있는 작가와, 작가의 책이었다.


내가 완벽한 독일어를 할 수 있게 되어 원작을 읽게 된다면 얼마나 더 감탄하게 될까. 아마 독일어 원작에서 번역이 되면서도 달라진 부분들이 있겠지. 우리나라 문학작품들이 영어로 번역되면서 그 맛을 살리지 못하는 것처럼.


책을 읽다가 감탄을 자아낸 문장들 중 어렵게 선정해본다.


나무들이 하늘에 투명하고 앙상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p44

어느새 밤이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소리 없이 밤이 되는지 나는 결코 알지 못했다 -p68

나는 낮잠이 정말 싫다. 낮잠에 진저리를 치며 침대에 눕는다. 할머니는 방 안을 어둡게 하고 문들을 전부 차례로 닫는다. 방문, 곁문, 현관문, 두 시간 동안 그 어둠 속에서 나가서는 안 된다. 나는 잠이 들까봐 무섭다. 할머니는 나에게 마법을 걸려고 한다. 할머니가 양귀비 씨앗을 먹고 곯아떨어졌던 깊은 잠에 나는 저항한다.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죽은 것이다. 잠이 방 안을 떠돌며 이미 내 살갗을 스친다. 견딜 수 없을 만큼 모든 것이 점점 깊어진다. 머리 위 찬장에 물거품이 부글부글 인다. 새떼가 물을 가른다. 새들의 부리에서 굻주림이 번득인다. 새들은 나를 덮쳐 내 살갗을 쪼아 먹을 것이다. 나더러 껍질뿐인 비겁한 인간이라고 외칠 것이다. 나는 감정 없이, 두려움 없이 깨어날 것이다. 잠이 내 얼굴에 토시를 덮어 씌운다. 토시에서 할머니의 치마냄새, 양귀비 냄새, 죽음의 냄새가 난다. 잠은 할머니의 잠이고 할머니의 독이다. 잠은 죽음이다.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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