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가로막는 벽
김성환 외 지음 / 교육과실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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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 심각한 책인데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웃었다. 너무 공감해서 웃고, 바보 같은 상황에 아무런 생각 없이 해 냈다는것에 웃었다. '이 책 대박이다!' 초등학교 교사를 '착하다' 라고 한다. 그 착함의 다른 말은 '시키면 잘한다' '시키면 해낸다'는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도 어떻게든 해내는 우리를 보고 그렇게 부른다. 

 나는 교직의 경직된 문화와 불필요한 일들에 대해 답답해 하는 교사였다. 그래서 윗 사람들과도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제일 중요한 건 수업이니 메신저나 전화는 안받는 일이 있을 때, '무책임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도 없이 공문 작성 때문에 지적을 받았고, 내용보다는 절차가 중요한데 그걸 무시한다고 혼이 났다. 나에게는 그 '절차'와 '공문'이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인데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썼을 뿐인데 어쨋든 그렇게 되었다. 요령이 생겨서 절충안을 찾았고 적당히 (내가 보기에는 필요없는) 절차들을 해 내는 법을 얻고 여전히 하고 싶은 수업을 하며 산다. 그런데 나만의 문제였다고 생각했던 불편한 것들이 이 책에 아주 논리적으로 잘 나와있어서 박수가 절로 나왔다. 

 '의미 없는', '핵심이 빠져있는' 수많은 교육활동들, 0으로 시수맞추기, 두꺼운 학교요람 만들기, 복사 붙여넣기 하는 평가 계획등등등 예년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는 수많은 문서들까지. '왜?'라는 질문없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물론 '학교 일'을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니 그 질문조차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이야기 나누는 경험이 한번도 없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언젠가 교직원 회의에서 '회의'가 아닌 모두 정면을 바라보고 다른 선생님의 뒤통수만 보는 회의를 한 적이 있다. 심지어 말하는 사람도 마주보지 않고 그냥 텅 빈 정면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었다. 왜 회의는 둥글에 앉아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안건'에 대해 말하지 않는가? 회의시간에 말을 하는 것은 큰 일 이며, 의견을 내는 것을 너무나 어려워하는 우리. 

 <교육을 가로막는 벽> 이 책을 다 같이 읽는다면 바뀔 수 있을까? 바뀔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도서관에 사 두고 읽어보기를 권해야겠다. 이 벽이 없어지고 '학생'이 최우선이 되는 교육활동에 토론하는 문화가 생기는 날이 곧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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