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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줄리아 와니에 지음,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1년 3월
평점 :
6학년 국어 교과서에 '동물원이 필요한가?'에 대한 찬반토론이 나온다. 학생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들어서 동물원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열띤 토론을 했었다. 교사로서 중립적인 입장으로 사회자를 했었지만, 한 학생이 개인적인 의견을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림책 <열쇠>라는 작품은 독자들에게 이와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여기 동물원의 우리를 열 수 있는 열쇠가 있고, 나는 그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동물원을 좋아하지 않고, 동물이 갇혀 있는 것을 보는 것을 무척 괴로워하는 사람이라 열쇠 끼워서 열어주고 싶지만, 그 동물원이 자연을 둘러싼 곳에 있지 않는 이상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동물들은 더 험한 무언가를 만날지도 모른다.
이 작품에는 들쥐, 산토끼, 여우원숭이가 열쇠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열쇠로 문을 연 곳에는 새와 거북이 심지어 호랑이까지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그들은 저 멀리 달아나 버린다. 평생을 좁은 우리에서 수동적으로 외롭게 살아가는 동물원의 동물들을 원래 고향으로 되돌려주고 싶다. 사람의 흥밋거리를 위해 귀한 생명을 그렇게 해도 된다고 누가 허락하였나?
경제적인 논리 말고, 세상에 그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을 생각하여 동물원이라는 단어도 없애기를 바라는 나의 생각은 너무 극단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