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불 뿔 창비청소년시선 33
이장근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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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청소년 문학이 좋다. 쉬운 글이라 좋고 추억을 더듬을 수 있어서 좋다. 교사가 되고 나서는 6학년 아이들은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이라 생각하니 더더욱 청소년 문학과 가까이 하게 된다. 오래전에 창비 청소년 시집을 만난 후로는 도서관에서도 자주 손이간다. 아이들의 비밀 일기를 훔쳐 보는 기분과 함께 내가 오래 전에 썼던 눈물 젖은 그 일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반 학생들에게 시요일 마다 시 읽어줄 때 창비 청소년 시집에서 골라 읽어주면 눈빛에서 공감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불불 뿔>은 <칠판 볶음밥>으로 이미 익숙한 '이장근' 작가님의 청소년 시집이다. 어떻게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찰떡같이 알까 싶었는데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선생님이 아이들 마음을 잘 아는 건 아닌데 선생님께서는 특별히 더 아이들의 마음에 귀 기울이시는게 분명하다.

#가족안에서 꿈틀거리는 아이 엿보기

모든 어른들은 다 중학생 시절이 있었음에도 부모가 되면서 싹 잊어버린다. 그 시절 했던 고민과 방황들은 기억하지 못하고 '점수'로만 자기 자식들을 평가하기 시작한다. 왜 그럴까? 살아보면 공부 말고도 중요한게 많다는 걸 분명히 알텐데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부모님의 자식들 마음이 시집에서 나타난다.

"세상의 모든 집은 감옥이야

집주인이 만든 규칙을 지켜야 하거든

그곳에서 나는 내가 아니야

내가 만든 규칙이 아니니까

나는 단지 누군가의 규칙을 따르는 존재일 뿐이야

착하다는 말은 집어치워

그건 자유를 버렸다는 거야"

- 고양이의 완벽한 이사 中-

편안해야 하는 집에서 아이는 숨이 막힌다. 그걸 어른의 글로 아이의 마음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비버가족>에서는 함께 살지만 각자의 집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도 등장한다.

"가깝고도 먼 외딴집에서

우리는 각자 외롭다"

-비버가족 中-

#중학생은 중2병만 있냐고요?

농담으로 북한이 우리나라 중학생들이 무서워서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중2병이 걸리면 답도 없다고도 말한다. 그건 중학생들을 제대로 몰라서 하는말이다. <불불 뿔>의 중학생들은 더럽혀진 자연도 걱정하고, 동물권도 생각한다. 또 복학생에 대한 편견을 같은 편으로서 감싸주기도 한다. 진짜 원하는 꿈은 무엇인지 고민도 하고, 친구 문제에 마음도 아프다. 사랑 때문에 말 한마디도 수천번 고민하는 그런 아이들이다.

청소년들에게는 위로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 선생님이라면 학생들과 읽고 부모님이라면 한권 선물 해 준다면 멀어진 관계를 살짝 좁힐 수 있는 시도가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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