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 소년부터 성년까지 남자가 꼭 알아야 할 성 A to Z
인티 차베즈 페레즈 지음, 이세진 옮김, 노하연 감수 / 문예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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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하면 몇가지 떠오르는 어린시절의 기억이 있는데, 첫번째는 중학교 성교육 시간에 친구들이 질문을 하고 선생님이 답을 해 주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질문과 답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중에 찾아본다고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고등학교 때 '순결 선서식'을 했었다. 남녀공학인데 이상하게 여학생만 참여했다. 이 두번이 내가 받은 성교육의 전부다. 그렇게 교육을 받은 내가 어른으로 자라 교사가 되었고 요즘 아이들에게 전하는 성교육을 바라보면 그닥 그 세월만큼 바뀐게 없는 거 같아서 아쉽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표현, 미디어의 노출은 폭발적인데 그걸 지혜롭게 가르쳐줄 교육은 동떨어진채 따라가지 못한다.

6학년 담임을 쭉 하다보니 '성'관련 사건이 일년에 몇번씩은 있었다. 초임에는 무심해서인지, 아이들이 그 당시만 해도 핸드폰이 좀 없어서인지 사건이 없다가 2014년부터는 매년 성관련 사건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학부모님들이나 교사가 아닌 친구들은 깜짝 놀라며 '순수해야 하는 그들이 벌써 그런 일이 있단말이야?' 이런 식의 반응이라 더 황당하다. 시대는 변했고, 아이들도 변했고, 그래서 그들을 바라보는 눈과 이해도 바뀌어야 한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여학생들은 내가 같은 여자라 그런지 이야기가 쉽게 풀어졌다. '월경'부터 남자친구와의 스킨십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상담해 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남학생이었다. 사건이 일어나서 "너의 행동은 잘못이야. 그런건 상대방에게 상처가된다" 라는 이야기 이외에는 이들의 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학교 외부에서 오는 매년 성교육 시간도 강산이 변해도 변하는게 없을 뿐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는 그런 나의 고민 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이다. 소년부터 성년까지 남자가 꼭 알아야 할 성 A to Z 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성교육의 포커스를 '남자'에게 두고 있는 책이다.

'성교육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디까지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아주 명확하게 안내 해 준다. 청소년과 어른까지 그리고 남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작가는 남자들의 몸 부터 이성교제와 동성교제 그리고 성관계까지 아주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까지 알려줘야 해?'라고 놀랄 수 있겠지만 어쩌면 10대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일지도 모른다. ::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작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는 이야기는 '존중'이다. 성교육의 첫걸음은 '존중'으로 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한다. 사랑하는 대상이 나의 만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동의를 얻고 감정을 느끼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이성교제를 할 때 '좋은 이별'하는 법이라던지 '마음을 전하는 방법' 같은 멋진 남자친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실어놓은 글들이 더욱 좋았다.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도 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유교적인 교육관은 곳곳에 남아있어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성'에는 더욱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편이다. 그러나 사건은 곳곳에서 터지고 있고 기사만 검색해 봐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생긴 청소년 성범죄가 너무나 만연하다. 선생님들과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성교육을 해야 할지, 아이들의 상처가 터지기 전에 학교가 좀 더 진찰을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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