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에서 수학을 미리 다 배우고 온 학생들은 공부한 것일까? 그 학생들에게 수학 시간에 하는 질문은 하나다. "왜?" "왜그렇게 생각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설명해 볼래?"
우리가 '이해했다' 라고 믿는 것은 사실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이들이 말로 그 문제를 풀어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완벽하게 이해했다라고 할 수 없다. 문제를 풀 수 있었을 뿐이다.
비단 수학 뿐만 아니다. 아이들은 학원에 오래 앉아있었다는 이유로 공부를 했다 라고 하지만 안 것을 풀어서 쉽게 설명할 수 없다면 공부를 한 것이 아니다. 그저 불안한 마음에 남들이 다 다니니까 학원을 다닐 뿐이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학원 숙제를 한다. 6학년을 했던 7년 간 같은 모습을 보았다.
학교의 공부는 사교육의 공부보다 느리다. 천천히 흐른다. 다른 곳을 목표로 하기도 하지 싶다. 내가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조하는 핵심에는 '설명하기'가 있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기'가 있다. 누군가가 알려주는 것을 들으면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를 공부하다>는 공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유진 선생님같은 분이시기에 한점 부끄럼 없이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의구심도 들었다. 나를 되돌아보면서 사교육을 이길 수 있나 견주어보면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고개를 숙일 수도 있다. 한 선생님이 그걸 대응할 수 없다. 한사람 한사람이 모여서 학교 공동체에서 '공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올바른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20년전, 모의고사 시험지 앞에서 땀을 뚝뚝흘리고, 경쟁 하는 친구를 미워하는 마음을 품은채 오로지 열심히만 했던 불안함 가득한 나 같은 청소년들이 좀 덜 불안해 하길. 학교가 '공부'가 인생의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시험의 틀만으로 돌리질 않고 안아줄 수 있길. 우리 모두 좀 더 고민해 보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