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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여행 하루 더 여행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여행에 미쳤던 20대에 '최갑수' 작가님을 책으로 만났다. 그 때만 해도 시중에 나온 여행 에세이를 전부 다 볼 만큼 내 일상은 가짜고 여행이 진짜라고 생각했었다. 언젠가 여행작가처럼 나도 사진을 찍고 책을 쓰게 될 줄 알았다. 막연하게 말이다. 배낭을 두르고 인증샷을 찍었는데, 그 사진을 이제 잘 보지도 않게 될 만큼 시간이 훅 지났다. 책장 한벽이 여행책으로 꽉 차게 살았던 나는 그 책도 더이상 보지 않게 되었다. 핑계를 대자면 더이상 여행을 꿈꿀 수 없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워킹맘으로 살면서 문득 그 때를 돌아보긴 했지만, 사진 속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닌듯 ..
그러다 도서관 강연에서 최갑수 작가님을 만났고, 잊었던 그 때 나를 기억해 냈다. 그리고 여행작가란 좋은 점만 있는것도 아니라는 것도..결국 작가님도 매일 이 자리 이곳이 여행인 듯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 국내 여행은 책 보다 '블로그', '인스타', '페북'에서 찾는게 더 많다. 그러나 여행책을 좋아하는 옛날 사람인 나는 '하루 여행/하루 더 여행'이 더 좋다. 한편의 영화 같은 장면들이 가득 담긴 사집을 보면 내가 늘 알던 장소가 훨씬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책의 대부분은 살면서 가본 적 있거나 가보진 않았지만 알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작가님의 시각으로 그 장소를 보니, 이제는 아이 손을 잡고 그 곳을 편안한 마음으로 가봐야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 여행에 대한 욕심보다는 사랑하는 아이와 아주 천천히 보면 그 곳이 더 잘 보일 것 같다.
지방에 살기에 서울 인근 편 보다 경북과 경남 전라도를 더 유심히 보았다. 이제 시작될 여름 휴가에 첫번째로 갈 곳으로 '울산 울주'를 선택한 것도 이 책 덕이다. 최갑수 작가님이 우리나라 여행지로 책을 써 주셔서 이렇게 국내 여행을 하고 싶은 독자들은 참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