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전달자 특서 청소년문학 14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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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읽었던 '시간 전달자'

우리 집 부엌 창문으로 설거지 하면서 보는 풍경이 있다. 2년동안 숲이 사라지는 모습을 본다. 자고 일어나면 뭉텅, 자고일어나면 뭉텅. 잘 다니던 구미가는 고속도로에서도 그렇다. 산이 탈모가 생기듯 계속 구멍이 생긴다.

분명 인구는 줄어든다고 하는데, 나무와 숲이 사라지는 속도도 이토록 빠를까. 건물을 짓는 시간의 몇십배가 나무가 자라는 속도인데 한순간에 베어내 버릴까. 잘 다니지 않는 성당이지만 가끔 기도한다. 세상의 자연들이, 동물들이 평화롭기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사는 이 곳 아파트도 숲을 베어 만들었고 그래서 오갈곳 없는 고나리나 자주 출몰한다. 내가 편하게 다니는 길도 산을 파괴한 것이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자연은 그토록 희생당하고 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모든 혜택은 문서에 이름 있는 사람들이 다 가져간다. 천년만년 살것처럼 말이다.

나는 참 미안하다. 나무에게도, 숲에게도, 동물들에게도.. 자꾸만 빼앗고 그들은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기에. 이런 생각에 심취하다가 그냥 지구가 펑 하고 터진 다음에 자연과 동물들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상상도 한다. (사람들 없이)

이 그림책 처럼말이다.

작가도 우리가 매일 보고 듣는 개발과 보존에 관한 문제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작품으로 메시지를 남기고 싶으셨으리라 생각한다. 작가의 펜 끝에서 무엇이 잘 못 되었고 어떤 것이 소중한지 느낄 수 있다. <시간 전달자>는 숲을 사랑하고 그곳에서 성장과 배움을 겪었던 어른들이 돈의 위력앞에 철저하게 무너지며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주인공 청소년들의 부모님은 존경하는 선생님의 무덤이 있는 곳을 파헤치고 자신들의 전부였던 숲을 거짓말과 위선으로 감추고 현실과 타협한다. 아이들을 속이려고 하지만 '시간 전달자'가 시간을 관통하여 어른들의 진실들을 모두 보여준다.

작품 속 어른들 중에서는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것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전혀 나쁜 일을 하고도 부끄러운줄 모르고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기에 .. 작품 속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에서 '숲'을 가장 큰 가치로 두고 지키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부럽기도 했다.

언젠가 뉴스에 '환경 단체'에서 재개발을 반대하고 알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을 볼 때 , 가족 중 한명이 "저 일이 돈이 되는것도 아니고, 왜 저렇게 하는거야?" 라는 이야기를 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그 중에 아주 조금은 거대한 바위에 맞서 작고 소중한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철없는 기도는 이제 행동으로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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