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읽었던 '시간 전달자'
우리 집 부엌 창문으로 설거지 하면서 보는 풍경이 있다. 2년동안 숲이 사라지는 모습을 본다. 자고 일어나면 뭉텅, 자고일어나면 뭉텅. 잘 다니던 구미가는 고속도로에서도 그렇다. 산이 탈모가 생기듯 계속 구멍이 생긴다.
분명 인구는 줄어든다고 하는데, 나무와 숲이 사라지는 속도도 이토록 빠를까. 건물을 짓는 시간의 몇십배가 나무가 자라는 속도인데 한순간에 베어내 버릴까. 잘 다니지 않는 성당이지만 가끔 기도한다. 세상의 자연들이, 동물들이 평화롭기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사는 이 곳 아파트도 숲을 베어 만들었고 그래서 오갈곳 없는 고나리나 자주 출몰한다. 내가 편하게 다니는 길도 산을 파괴한 것이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자연은 그토록 희생당하고 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모든 혜택은 문서에 이름 있는 사람들이 다 가져간다. 천년만년 살것처럼 말이다.
나는 참 미안하다. 나무에게도, 숲에게도, 동물들에게도.. 자꾸만 빼앗고 그들은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기에. 이런 생각에 심취하다가 그냥 지구가 펑 하고 터진 다음에 자연과 동물들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상상도 한다. (사람들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