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와 들쥐 : 아름다운 날들 어린이문학방 저학년 2
앙리 뫼니에 지음, 벵자맹 쇼 그림, 이슬아 옮김 / 여유당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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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두 친구의 우정이야기, 그리고 벵자맹 쇼의 그림이 어우러져 초 여름밤 살랑 불어오는 바람같은 작품이다. 표지 위쪽에 작게 '저학년' 이라고 적혀있는데, 저학년 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읽어도 좋은 책이다. 두 친구의 삶의 태도는 나를 사로잡았다. 그들이 내뱉는 언어는 나에게 한편의 시 처럼 다가왔다.

두더지와 들쥐는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친구다. 그러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도대체 본인의 기준에 말도 안되는 행동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감탄해준다. 그리고 상대방의 실수같은 행동을 들취내지도 않고 맞장구를 쳐 주는 그야말로 단짝 중의 단짝이다.

3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첫번째 이야기 <목요일의 화가>

들쥐는 두더지에게 그림을 같이 그리러 가자고 한다. 그러나 두더지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자신 없어한다. 그런 두더지에게 " 걱정마. 내가 보이는 것들을 이야기 해 줄게. 아니면 상상해서 그리면 되잖아. 그림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리는 거니까." 하며 다독거린다. 금세 마음이 풀린 두더지는 함께 그림그리러 길을 나선다.

"마음속에 풍경이 다 들어있어. 보드라운 햇살 아래 봄 향기를 맡으니 그리고 싶은 것들이 마구 떠올라" 두더지는 눈으로 보는 풍경이 아닌 마음으로 보이는 풍경을 그림속에 넣는다. 아, 그림속만 아니고 그림 그리는 그 곳 주변 이곳 저곳을 다 캔버스로 쓴것이 조금 문제이긴 하지만 ^^

"나, 이 그림 마무리하지 못할 것 같아." 하며 들쥐가 울먹거렸어요.

"모든 걸 다 담으려고 하지마. 너무 작은것들까지 신경 쓰다가 중요한 걸 놓칠 수 있거든. 뒤로 두 발 물러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본 다음 다시 그려 봐." 두더지는 다정하게 말했어요.

두더지와 들쥐 p14

두더지의 다정한 말에 조급한 내 마음이 들쥐의 마음과 같이 평온하게 느껴졌다. 들판에 두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 장면은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다. 같은 것을 느끼고 나누는 모습.


서로의 그림 스타일도 너무나 완연하게 다른데, 오히려 서로의 그림을 감탄하며 놀라워하는 두 친구. 서로에게 그림을 선물하고 서로의 모습에 놀라움을 느낀다.

실제로는 서로 다르기에 잠시 끌릴 수는 있지만, 그것은 순간일 뿐 서로의 생각을 강요하며 상처주는 경우가 많은데 두 친구에게 참 배울 점이 많다.

나에게도 두더지와 들쥐 같은 친구들이 있다.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 상대방에게 있는 장점을 더 발견해 줄 수 있는 친구들. 서로를 격려해 주는 진심으로 있는 그대로를 믿어주는 사람들. "넌 늘 옳아!" 라고 말해주는 그들. 내가 어떤 모습이건 토닥여 주는 그런 존재가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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