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두 친구의 우정이야기, 그리고 벵자맹 쇼의 그림이 어우러져 초 여름밤 살랑 불어오는 바람같은 작품이다. 표지 위쪽에 작게 '저학년' 이라고 적혀있는데, 저학년 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읽어도 좋은 책이다. 두 친구의 삶의 태도는 나를 사로잡았다. 그들이 내뱉는 언어는 나에게 한편의 시 처럼 다가왔다.
두더지와 들쥐는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친구다. 그러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도대체 본인의 기준에 말도 안되는 행동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감탄해준다. 그리고 상대방의 실수같은 행동을 들취내지도 않고 맞장구를 쳐 주는 그야말로 단짝 중의 단짝이다.
3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첫번째 이야기 <목요일의 화가>
들쥐는 두더지에게 그림을 같이 그리러 가자고 한다. 그러나 두더지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자신 없어한다. 그런 두더지에게 " 걱정마. 내가 보이는 것들을 이야기 해 줄게. 아니면 상상해서 그리면 되잖아. 그림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리는 거니까." 하며 다독거린다. 금세 마음이 풀린 두더지는 함께 그림그리러 길을 나선다.
"마음속에 풍경이 다 들어있어. 보드라운 햇살 아래 봄 향기를 맡으니 그리고 싶은 것들이 마구 떠올라" 두더지는 눈으로 보는 풍경이 아닌 마음으로 보이는 풍경을 그림속에 넣는다. 아, 그림속만 아니고 그림 그리는 그 곳 주변 이곳 저곳을 다 캔버스로 쓴것이 조금 문제이긴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