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출간 20주년 기념판) - 아동용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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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이 세상에 나온지 20년이 흘렀다. 그 동안 3번 정도 읽은 것 같은데, 필사도 하며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읽었을 때는 첫 발령을 받고 나서니 그 때도 벌써 13년전이다. 나도 엄마가 되어서 읽으니 그 때는 잘 생각하지 못했던 잎싹의 마음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았다.

한 문장 문장마다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되어 있었다니! 감탄하며 읽었다. 긴 세월동안 내가 같은 책을 더 아름답게 받아드릴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

잎싹은 호기심 많고 꿈많은 특별한 닭이다.

그냥 그저 그런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닭이 아니라 꿈이라는 것을 품은 존재다.

꿈을 품을 수 없는 여건에도 꿈을 품고, 스스로에게 '잎싹'이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이름은 존재를 더 특별하게 명명하는 힘이있다. 스스로의 운명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잎사귀. 그래서 결국 향기로운 꽃을 피워 내는게 잎사귀니까. 잎싹도 아카시아의 그 잎사귀처럼 뭔가를 하고 싶었다. "

p15

알을 품고 싶다는 꿈은 나그네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 우연하게 만난 알아지만 소중하게 여기고 태어날 수 있도록 무척 애를 쓰는 잎싹. 그렇게 '초록머리' 라는 아가를 가지게 된다.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이미 엄마가 된 잎싹은 그런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있는 힘껏 사랑한다. 항상 족제비에게 잡아먹힐 두려움에 떨지만, 엄마이기에 아이를 지키려고 애를쓴다. 초록머리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 하고, 결국 잎싹을 떠날 수 밖에 없다.

잎싹은 날개를 벌려서 다 자란 초록머리의 몸을 꼭 안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부둥켜안고 있었다. 초록머리의 부드러운 깃털과 냄새를 느끼며 몸을 어루만졌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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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싹은 나그네와 초록머리와의 행복한 기억만으로 이미 다른 암탉들과는 다른 존재가 되었다. 모습은 볼품없어지고, 매일 밤 잠자리와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긴 했지만 그것보다 잎싹은 다른 것을 택했다.

그리고, 족제비.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때는 그저 족제비가 불편한 존재였다.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악역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 족제비로서 배고파 울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사냥을 해야만 하는 운명이기에 더이상 나쁘다 라고만 생각할 수 없었다. 지켜야 할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잎싹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주며 홀가분하게 하늘을 날았다.

한 몸 안에서 태어난 사랑스러운 아기는 시간이 지나서 점점 커가고, 마음도 생각도 엄마로 부터 분리 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완전한 독립된 존재로 자라게 된다.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잎싹의 마음을 나는 닮고싶다.


잎싹은 날개를 벌려서 다 자란 초록머리의 몸을 꼭 안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부둥켜안고 있었다. 초록머리의 부드러운 깃털과 냄새를 느끼며 몸을 어루만졌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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