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관계? 독성관계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다. 출판사 서평을 읽고서야 이해 가는 ‘독성관계’
예전에 심리학 도서를 읽고 실망한 적이 있어 크게 관심은 없지만 기대하고 읽어보았다. 나도 독성 관계에 빠져 있다. 그래서.
“ 지금 당신을 착취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이 앞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만일 그 관계가 독성 관계라는 확신이 든다면, 당신은 벗어나야만 한다. ”
“ 그들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지금의 고통과 부당함을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그들도 변할 거라는, 당신이 내심 기대해왔던 마법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
이제 독성 관계는 정리합니다. 책 제목대로 이 책의 결론은 독성 관계를 정리하라는 것이다. 시원한 결론에 속이 후련했다. 독성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에 관하여 쓴 책이었다면 아마도 노잼이었을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독성관계 때문에 정신과를 찾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풀어쓴 도서이다. 실제로 있었던 독성관계 내용이라, 현실 상황에 현실적인 대답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SNS에 유행처럼 번졌던 ‘어느 정신과의 명언’이라는 글이 떠오른다. “ 진짜 정신과 와서 교정치료 받아야 할 사람은 병원 안 오고, 그 사람에게 상처받은 사람이 병원 온다. ” 의사가 한 말인지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공감 가는 말이었다.
쉽게 손절할 수 없는 관계. 가족 간, 고부간, 연인 간, 직장에서의 독성관계. 끊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끊기 힘든 관계. 책 속의 사연들을 보면서 독성 관계의 가해자 쪽에게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도 정작 나도 독성관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험상 이 책의 결론이 정답이라는 것도 안다. 끊어야 한다. 그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왜 끊지 못하고 있는가.
내가 겪은 사례와 같은 경험이 있는 직장인 M대리의 사례를 읽을 때는 정말 화가 났다. 서류의 문장 나누기, 문장부호, 문장의 줄 간격 등을 문제 삼는 직장 상사 O과장 내가 아는 그 사람 말고도 이런 류의 사람이 또 있었구나. 웃음이 나오네ㅋㅋㅋ 갑질도 가지가지다. 시비 털고 싶은데 시비 걸 것이 없나 봐. 내가 이 일을 겪을 때 주변에서는 퇴사하면 끝이라고 간단한 방법을 말해주었다. 책 속 작가는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 해도 M대리가 겪은 굴욕은 두고두고 상처가 될 것이라며 M대리의 이후 삶을 걱정하였다. ‘도망치는 것’과 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다른 것이니 굴욕적인 기억을 남긴 채로 도망치는 것보다는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직장을 그만둘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사 대신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는 탈출해봤자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여 직장이라는 곳에 갇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독성관계인 아들 K의 사례에서 K는 폭행을 하는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고 잘못을 빈다. 본인의 잘못이 뭔지는 모른 체 말이다. K의 결혼 후에도 아버지와의 독성관계는 지속된다. 마음 아픈 사연이었다. 독성 관계의 대상이 가족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독성 관계를 끊을 수 있을까?
이 책은 한 문장도 놓칠 수가 없다. 문장 하나하나가 명언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은 후에는 눈물을 쏟았다. 슬픈 동화나 슬픈 소설이 아니지만 눈물이 난다. 이 책의 작가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크게 위로받았다.
협찬이지만 추천하는 책. 지금 독성 관계에 빠져있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