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것들
사과집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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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상해도 죽는 순간 아빠가 느꼈을 감정과 불안까지는 상상할 수 없다. 아무도 모르는 죽음을 혼자 겪어냈어야 했을 그 광활한 고독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P 044

그저 담담히 아빠의 삶을 정리할 뿐이다. 아빠를 동정하지도 미화하지도 않고, 그를 기억하는 일이 내게 남은 숙제다. /P 065

 


 

 

작가는 딸이라 상주 완장을 차지 못했다고 한다. 나와 여동생은 상주 완장을 찼었다. 장례지도사분께서 당연하게 달아주셨었다. 직계가족이 상주이다. 조문객들을 맞이하는 일도 대부분 내가 했다. 동생은 오열하고 거의 실성 직전이라 조금이라도 멘탈이 더 강한 내가 상주 자리에서 조문객 맞이를 했다. 남자는 상주이고 여자는 상주가 아닌 것도 아닌데 작가가 겪은 그 장례식은 왜 그랬는지 안타깝다.

작가는 본인이 딸이라 영정사진을 들지 못하고 사촌 오빠가 든 것을 서러워했다. 나의 경우도 사촌 오빠가 사진을 들었는데 그런 생각이 없었다. 그것에 대한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만약 내가 그 부분이 민감했고 사진이 들고 싶었다면 나는 내가 영정사진을 들었을 것이다. 남자가 드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지 반드시 남자가 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만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니 기독교인들 중에는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이 많은 것처럼.

공감도 있고 비공감도 있었지만 나도 겪은 일이라 책이 너무 재밌고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나의 죽음을 상상하고 준비하며 장례식을 '나 없는 송별회'라고 표현한 것을 읽고 어떤 감정이 들었는가를 말하기가 어렵다. 슬픔에 가까운 감정인데 미소는 지어졌다. 작가와 나의 같은 경험에 울컥하기도 했고,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가 보고 싶어 아버지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렀다. 작가는 아버지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친하지도 않았다고 하지만 아버지를 많이 사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질까 봐 노력하는 모습, 아버지를 왜곡되게 기억할까 걱정하는 모습. 분명 작가는 아버지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나 또한 내 스스로 아버지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친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아버지 생각이 나고 그 생각 하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일상 중의 하나가 되었다.

딸은 애도한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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