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전쟁 - 그들은 어떻게 시대의 주인이 되었는가?
뤄위밍 지음, 김영화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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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불위, 조고, 유방, 왕망, 사마의, 가남풍, 이세민, 측천무후, 조광윤, 옹정, 홍수전, 이 11인의 권력 쟁취 과정을 그린 책으로 원래 1989년에 중국에서 權力玩家(power player)라는 이름으로 나온 것의 번역본이다. 사기, 초한지, 또 각종 역사물에서 이미 익숙할대로 익숙해진 인물들의 이야기. '권력전쟁'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무슨 깊은 내용이 들어있겠거니 하고 산 것이 무척이나 후회된다. 내용도 얄팍하기 그지없고, 이야기 흐름이 피상적이기는 꼭 전형적 일본 포켓북 타입이고. 꼭 각종 사극의 재미있는 부분만 골라낸 예고편 같은 느낌조차 들 정도다. 하지만, 어쩌랴 내가 고르고 주문한 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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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Power -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힘의 논리
문재철 지음 / 글로세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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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문장이 책 표지 아랫부분에 박혀있다. 이제 현 정권에도 역시 피해갈 수 없는 레임덕 현상이 찾아올 것임을 알리는 '기자' 문재철의 책이다. '기자'라는 직업을 앞세우려면 껄끄러운 이야기도 마다 않아야하는데, 이 책에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부분을 쏙 빼버렸다. 거기에 대한 저자의 변이 책머리에 나오지만 그것은 한갓 말장난일 뿐, 사실, 논란의 소용돌이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테마에도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힐 수 있어야 '기자가 쓴 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초반부터 실망을 안고 책을 읽어나간다. 힘이 기울어가다 결국 사라지고야 마는 그런 권력에 매달릴 정치인이 어디 있겠나하며 정치세계의 매정한 현실을 유연한 필치로 설파해나간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권을 거치며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다 책 중반에 이르러서부터는 현 정권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소위 정치학이라든가 대통령학 그런 쪽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문제점에 대한 충고를 곁들이며, 제법 짜임새를 갖추려 애쓴 흔적까지 엿보인다.

책을 읽어나가다 생각해본다. 지금 이 이야기들 어차피 내 그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고 또 이야기속의 인물들이 어떤 종류인지조차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인물성격들을 빼버리고, 예를 들어 핀란드나 포르투갈 정계의 이야기가 여기에 서술되어있다면 이 책 읽는 느낌은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차 실제 그런 예를 만난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 부분에서 미국의 역대 비서실장들의 회고자리 이야기가 나오는데, 몇 페이지에 걸쳐 나오는 그 '회의록' 내용이 지겹기 짝이 없도록 지겹다. 무미건조한 그 부분을 그냥 건너뛰고 싶은 마음뿐.

그저 신동아나 월간조선 수준의 이야기일 뿐, 그 이상의 깊이는 느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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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의 혁명적 순간들 - 과학혁명을 이끈 물리학자 12명의 삶과 연구
토마스 뷔르케 지음, 유영미 옮김 / 해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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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rnstunden der Physik - 갈릴레이로부터 하이젠베르크까지', 과학 저널리스트 Thomas Bührke가 2003년에 쓴 책이다. '혁명적 순간들'은 손님끌기용 번역이고 '위대한 순간들' 정도면 어땠을까. 과장이라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물리학에 관한 책 아닌가. 다루어지는 과학자는 Galilei, Newton, Faraday, Maxwell, Einstein, Planck, Becquerel, Rutherford, Bohr, Heisenberg, Fermi, Meitner, 이렇게 열두 명. 

각각의 이야기는 그 과학자가 일하던 곳 또는 기념될만한 장소의 오늘날 모습의 묘사, 아니면 숨 가쁘게 돌아가던 당시의 실험 분위기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재현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적당한 곳에 이르면 그 주인공이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나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났는지를 간략히 소개하고, 이어 다시 그 과학자의 업적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비록 일반 독자에게는 이해가 되기 힘든 어려운 내용이라도, 적어도 윤곽만이라도 알려주려 애쓴다. 

내심, R.P. Crease의 'The Second Cretion'에서 반했던 인격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가는 그런 식의 이야기나, 저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노벨 물리학상을 노리며 벌어지는 물리학자들의 세상을 그렸던 'The Breakthrough'의 박진감 넘치는 그런 종류의 기대를 가졌던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의무이행에 가까운 사전식 나열에 겉핥기식 묘사(전문 내용이라 그럴 수는 있다하더라도, 본질에서 빗겨간 쪽에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끌어나간 것), 또 무엇보다도 핵 이야기에 치중된 서술(어쩌면 저자가 핵물리학 쪽에서 학위를 받았는지도, 아니 어쩌면 나치와 연합군 쪽의 핵연구 경쟁과 관련된 유대인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를 끌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에 실망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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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네 얼굴 - 군주론 너머 진짜 마키아벨리를 만나다 한겨레지식문고 7
퀜틴 스키너 지음, 강정인.김현아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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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문화권에 속해서일까, 2200여 년 전에 쓰인 韓非子를 읽을 때는 그가 말하는 法과 治와 術의 뜻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600년 전 Machiavelli의 'The Prince'는(보통 군주론이라 번역됨. 예를 들어 http://www.constitution.org/mac/prince등에서 全文을 다운받을 수 있음) 책이 두꺼운 것도 아니고 또 문체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 중간 중간 몇 문장만 낯익을 뿐, 고개를 끄덕거리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적당한 해설 판 하나 없을까 찾아다니다 발견한 책이 이 Quentin Skinner의 (원래는 1981년판, 2000년에 개정판) 'A very short introduction : Machiavelli'.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生을 네 단계로 다루고 있다. 첫 번째 章은 그가 피렌체 공화국 외교관으로 일하던 시절 얻을 수 있었던 '관찰의 경험', 제2장은 공화국의 몰락과 함께 일자리를 잃게 된 그가 새로운 실력자로 부상한 메디치 가문에 '빌붙어보려' 자신의 관찰과 사상을 담아 쓰게 된 '군주론'(사실 이 부분에서 한비자의 성격과 비슷하다), 제3장은 온갖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 후 그가 '시대를 원망하며' 로마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쓰게 된 주석서 '로마사 논고', 마지막 제4장은 '겨우 한 자리 얻는데 성공'한 그가 '피렌체 역사'를 쓰는 임무를 맡게 되지만, 이번엔 그 메디치가의 몰락하고 ‘새 세상’이란 기회가 왔는데도 그 '권력에 대한 봉사한 과거이력' 때문에 오히려 쓸쓸히 사라져야만 하게 되는 마키아벨리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네 개의 章에 외교관, 조언가, 자유이론가, 역사가의 제목이 붙어있어, 번역판에 '네 얼굴'이란 이름을 붙인 모양.(글쎄 좀 점잖게 표현하자면 마케팅 테크닉?)

인간마키아벨리의 개인적 한계와 비극을 다루고 있는 전기 성격의 이 책에 비타민은 듬뿍하다. 저자가 전하고자하는 마키아벨리의 핵심사상은 Virtu(미덕과 결단력의 포용적 의미). 행운으로 얻게 된 권력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 자만에 빠졌다 몰락하게 되는 인간들과 필요한 경우라면 공포의 수단으로 또 부도덕한 방법으로도 다스릴 줄도 아는 군주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렇지만 군주의 진정한 목표는 명예와 영광이요, 옳지 못한 군주 또는 권력층에게 이로운 것은 국가에 해가 되고 국가에 이로운 것이 그들에게 해가 된다는 진실임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부자 파벌과 평민 파벌의 갈등과 대결은 공화국을 강하게 유지하는 필요악일 수도 있지만, 지배하고자 하는 권력자의 욕구와 통제받지 않으려는 인민의 욕구 그 반목에, 지도자와 군대의 우유부단과 비겁함이란 부패의 징후가 나타나고, 결국 한 사회의 몰락을 불러올 수 있게 된다는 역사적 이야기를 곁들여가며. 

권력을 잡는 법, 권력을 유지하는 법, 통념에 상관없이 오직 그 관점에서의 책들이, 韓非와 그의 제자들이 엮은 韓非子와는 대조적으로, 금서의 불명예를 덮어쓰게 되고 또 마키아벨리란 이름까지 부정한 이론가의 대명사로 낙인찍히게 만들게 된 것은 아마도 교황이라는 절대권력 지향적 종교권위자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고 또 르네상스가 한창이던 당시의 시대상황을 거슬렀기 때문이리라. 그의 서술을 읽는 동안 이 Prince라는 단어에 요즘의 기업이나 재벌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어도 하등 어색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편으로는 오래 전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권력의 기본에 큰 차이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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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3
제인 오스틴 지음, 나현영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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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0년 전에 나온 Jane Austen의 첫 번째 작품. 가벼운 마음으로 몇 페이지 읽어보다가, 점차 깊게 빠져들게 되었다.

유산의 혜택도 없이 갑작스레 가난에 내몰리게 된 Mrs. Dashwood와 세 딸. 연락조차 끊어진 사랑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기만 하는 첫째 Elinor, 언니가 보기에는 사람 좋기만 한 노총각 물리치고 불안한 상대와 충동적사랑에 빠져 들어가는 둘째 Marianne. (셋째 Margaret는 아직 어린아이로 그저 '소설에 감초' 격). 어느 날 첫째의 눈앞에 '그 사람'의 약혼자가 나타나고, 동생의 '그 사람'에게서도 패륜적 과거가 드러나고, '꿈'과 '현실' 그 교차 속에 갑자기 극적 반전이 일어나고, 첫째도 둘째도 결국은 진정한 사랑을 얻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무슨 긴박한 스토리 전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용조차 이리 '비생산적'이고 진부한 이야기에, 더구나 문법도 맞춤법도 요즘과는 거리가 있는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나레이션의 분위기' 때문. 그 시대 그 사회 그 상황에서의 이야기에 요즘 가치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어차피 의미 없는 일. 생각 깊은 스무 살 아가씨 작가(작품 속 엘리노어 역시 그 나이)가 들려주는 냉대와 수모, 나락, 한 가닥 희망, 불안, 배신, 절망, 반전의 이야기. 감정몰입(Sensibility)이 자연스러움이라는 자신감에 차있는 둘째와 자신의 비참함조차 숨기며 사리분별과 신중함(Sense)이란 무게와 기품을 유지하는 첫째의 이야기와 그 둘 사이의 대화.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과 깊은 생각들이 작품 내내 이어진다.

(追) 2008년 BBC에서 방영되었던 mini series가 있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극명한 대조. 시청자가 그 이야기의 흐름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에는 없는 장면을 집어넣기도 하고 이야기의 순서도 바꾸고 또 스토리 진행에는 지장이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과감하게 생략해버려서, 제목만 같을 뿐, '생각의 산책'이라는 본래의 분위기는 거의 다 사라져버린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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