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3
제인 오스틴 지음, 나현영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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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0년 전에 나온 Jane Austen의 첫 번째 작품. 가벼운 마음으로 몇 페이지 읽어보다가, 점차 깊게 빠져들게 되었다.

유산의 혜택도 없이 갑작스레 가난에 내몰리게 된 Mrs. Dashwood와 세 딸. 연락조차 끊어진 사랑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기만 하는 첫째 Elinor, 언니가 보기에는 사람 좋기만 한 노총각 물리치고 불안한 상대와 충동적사랑에 빠져 들어가는 둘째 Marianne. (셋째 Margaret는 아직 어린아이로 그저 '소설에 감초' 격). 어느 날 첫째의 눈앞에 '그 사람'의 약혼자가 나타나고, 동생의 '그 사람'에게서도 패륜적 과거가 드러나고, '꿈'과 '현실' 그 교차 속에 갑자기 극적 반전이 일어나고, 첫째도 둘째도 결국은 진정한 사랑을 얻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무슨 긴박한 스토리 전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용조차 이리 '비생산적'이고 진부한 이야기에, 더구나 문법도 맞춤법도 요즘과는 거리가 있는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나레이션의 분위기' 때문. 그 시대 그 사회 그 상황에서의 이야기에 요즘 가치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어차피 의미 없는 일. 생각 깊은 스무 살 아가씨 작가(작품 속 엘리노어 역시 그 나이)가 들려주는 냉대와 수모, 나락, 한 가닥 희망, 불안, 배신, 절망, 반전의 이야기. 감정몰입(Sensibility)이 자연스러움이라는 자신감에 차있는 둘째와 자신의 비참함조차 숨기며 사리분별과 신중함(Sense)이란 무게와 기품을 유지하는 첫째의 이야기와 그 둘 사이의 대화.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과 깊은 생각들이 작품 내내 이어진다.

(追) 2008년 BBC에서 방영되었던 mini series가 있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극명한 대조. 시청자가 그 이야기의 흐름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에는 없는 장면을 집어넣기도 하고 이야기의 순서도 바꾸고 또 스토리 진행에는 지장이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과감하게 생략해버려서, 제목만 같을 뿐, '생각의 산책'이라는 본래의 분위기는 거의 다 사라져버린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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