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Outside: Play & Stories (Paperback, Revised)
Borchert, Wolfgang / New Directions / 197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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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돌아온 Beckmann.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부인이 다른 남자와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실의에 빠져 강에 몸을 던진다. 강에서 ‘튕겨져 나온’ 그에게 소녀가 다가온다. 소녀의 집에서의 다정한 분위기는 외발 상이군인 남편의 출현으로 곧 막을 내린다. ‘다른 사람’(배역 이름 자체가 Der Andere, 이하 他人)이 권한다. 염세적 생각의 원인이 ‘책임감’ 때문으로 보이니, 그것을 돌려주라고. 옛 상관을 찾아간다. 내 부하 ‘책임’지고 이끌라 했던 명령, 그 ‘책임’을 돌려주려 왔노라고. 말하는 투를 보니 배우가 적격이겠네. 카바레의 감독을 찾아가 일자리 알아보지만, 관객들은 ‘이름’을 원한다고, 화려한 경력의 ‘이름’을 원한다고. 역시 닫히는 그곳의 문. ‘他人’이 권한다. 어머니 아버지의 집이 있지 않느냐고. 그곳 노파에게서 듣게 되는 비참하게 삶을 마감한 그의 부모 마지막 모습. 

무릎부상으로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그,  작아빠진 목소리에 방독면안경까지 걸친 그, 춥고, 배고프고, 잘 곳 없이 내쳐지고... 계속되는 ‘他人’의 희망권유. 이 세상 밝혀주는 등불이 얼마나 많은데, 이 세상 사람들 마음이 얼마나 따듯한데, 이 세상에 열린 문이 얼마나 많은데. 어디를 찾아봐도 닫히기만 하는 문, 문, 문. 엘베강이란 죽음의 문에서조차 거부당한 그. 

내 독일어 배울 때 가장 먼저 만났던 작품. 감상에 젖어 읽어 내려간다. 가끔은 노래하듯 소리 내어 그 운율 즐기며. 

거지꼴로 길바닥에 앉아 내뱉는 베크만의 절규. 당신이 나를 죽였어요. 그거 알아요? 대령의 싸늘한 반응, 계급이 뭐였지? 전쟁에 머리가 이상해진 모양이구먼. 카바레 감독의 반응. 지금 나 살기도 바쁜데. 노파의 반응. 불행을 당하는 사람들도 있는 법 그런 것이 세상. 당신이 다른 남자를 끌어들여 나를 죽게 만든 거야. 그거 알아? 남자와 팔짱끼고 지나는 자기 부인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봤어? 봤어? 좋은 소리만 늘어놓는 ‘他人’을 원망한다.  

모두를 향해 울부짖는다. 팡파레 울릴 땐 언제고 왜 누구 하나 아는 척 하는 사람 없나요. 배역을 맡아 나온 Gott에게 대든다. 포성이 오갈 때, 내 부하들이 죽어갈 때, 내 아이 포격 맞을 때, 어디 계셨었나요. 구원의 손길? 소녀가 나타난다. 당신을 찾았었다고. 집에 가자고. 하지만, 다시 등장하는 그녀 남자의 유령 모습. Beckmann만 당신이 나를 죽였다고. 내 여자를 차지한 당신이 나를 죽인 거라고. 피해자인줄만 알았던 자신도 가해자.  

작가 Wolfgang Borchert(1921-1947), 언어의 마술사 그의 이 작품은 절규이자 동시에 아름다운 시의 모음과 같다. 대사들이 아주 길다. 이를 소화해야하는 배우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때때로 격해지는 감정에 더 읽어 내려가기 힘들 정도로 독자의 마음을 휘어잡는 마력이 느껴진다. 단순히 귀환 상이군인 병사 베크만의 절망감만 담은 것이 아니다. 안식처 없이 떠돌아야만 하는 현대인의 아픔을 상징적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이 작품은 전쟁 중 나치에 반대하는 견해를 표명했다 사형 언도를 받았지만 너무 병약한 몸이라는 이유로 또 아직 너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집행을 유예 받았던 작가가 26살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기 몇 달 전에 쓴 작품이다. 삶에 대한 절망감, 주인공 베크만의 대사도 작가의 소리고, ‘他人’의 대사 역시 무엇인가 붙잡고 싶은 삶에 대한 애절한 희망 작가의 다른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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