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사생활 - 우리 집 개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구세희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는 Inside of a Dog : What dogs see, smell, and know.

반려동물이라는 이름까지 붙이게 된 개. 그런 개가 어떤 동물인지 주인으로서 무엇을 이해해야하는지에 대해 쓴 책이다. 전에도 개들을 키운 적이 있고, 지금도 세 마리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무슨 쓸 만한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손에 잡았었지만 실망, 크게 실망. 마치 개가 말하는 법을 배워 주인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려 애쓰는 듯, 이야기는 계속되는데 체계도 없고 초점이 없고 그저 횡설수설에 다름 아니다. 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였다고? 하! 내 실망은 적어도 내 지금 키우고 있는 개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그 무엇인가라도 잦아보려 애썼지만, 결과는 無였다는 그것 때문이 아니다. 얄팍한 미국문화의 단면을 또 한 번 보게 되었다는 그것 때문일까? 그래서 저자의 약력을 찾아본다. 코뿔소인가 뭔가 하는 동물에 대한 연구가 그녀의 학위논문이었다. 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학문적 바탕으로 개에 대해 무슨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한 결과가 어디엔가 실려 있을까하는 기대를 가졌었지만, 책이 끝날 때까지 그런 것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개에 대한 주장을 하는 이러이러한 실험이 어디에 맹점이 있는지, 뭐 그런 이야기만 여기저기에 늘어놓았을 뿐, 저자 자신도 개에 대한 무슨 체계적 실험을 수행해본 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개 산책공원에서 찍어온 비디오를 슬로우 모션으로 돌려보며 관찰해보았다는 것. 그것도 개들이 서로 어울려 놀기 전에 어떤 ‘인사’를 하고 어떻게 노는지 그저 피상적인 설명뿐. 하다못해, 양떼를 지키는 개들이나, 사냥개의 집단 행동모양을 다룬 그런 흔적도 없다. 더구나 기껏 예를 든다는 것이 영웅견은 없다며, 주인이 사고를 당했을 때 개가 딴청이나 하더라는 남의 실험 인용뿐. 하지만, 이것은 자가당착. 개가 사람의 체취를 맞는 등, 인간이 모르는 것도 정확히 알아차린다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던 저자가, 이런 놀이와 다름없는 행동을 보며 무슨 위기의식을 느끼고 거기에 대응하는 행동을 취하겠는가. 저자가 강조하듯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인간에게 길들여져 온 개는 이미 늑대와는 다른 행동패턴을 보이는 다른 존재이다. 몇몇 남아있는 야생동물의 흔적으로 개를 이해할 수는 없다. 각 챕터를 자기가 키우던 펌프라는 이름의 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냄새이야기 또 자기가 일하러 밖에 나간 후 혼자 있게된 이 개가 무엇 무엇을 하더라는 그런 이야기, 하나의 예로 자신의 이론을 일반화시키려는 시도, 이런 것이야말로 과학적 서술에서 가장 위험한 접근방법 아닐까. 나는 이런 식의 사이비 과학책을 증오한다. 매스컴 플레이를 염두에 둔 전형적 미국문화의 산물이라고나 할까? 이 책을 읽는데 들어간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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