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장건
량위에 지음, 김기협 옮김 / 아이필드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원제는 <西去的使節>로 漢나라가 흉노를 협공하자며 월지나라와의 동맹을 위해 파견하였던 장건(張騫)의 이야기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면서 이야기 살을 덧붙인 팩션이라는 성격을 너무 의식하다보니 일종의 역사 서술서처럼 되어 멋없는 진행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포로생활을 포함 장장 10년에 걸친 오늘날의 시리아까지의 여행과 또 역시 포로생활 포함 3년에 걸친 귀환의 과정을 흉노 쪽 '지리적 위치'에서 본 이야기로 풀어나간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나 할까.

 



어쩌면 요즘 회자되고 있는 동북공정과 같은 차원의 서북공정의 일환으로 쓰인 책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들 정도로 漢민족과 그 문화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시종일관 흉노를 교화되어야할 미개한 야만족으로 묘사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신라나 백제가 세워지기 이전인 그 오래 전 시대 중국의 서역개척사 이야기라 가릴 것을 가리며 읽을 마음가짐만 되어있다면 나름대로 흥미로운 책이다.

 


원래의 사명은 군사적 제휴를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 그 효과는 중국과 근동사이의 물물교환 통로인 실크로드의 개척으로 이어지게 된 그런 이야기가 어찌 이 시대의 이야기일 수만 있겠는가하는 부러움도 때때로 느껴진다.


오늘의 중국이 있게 된 기초를 닦은 漢武帝 劉徹 시대에 관해 이미 제법 친숙해져 있는 정황이, 여기에서 다시 위청과 위자부 또 평양공주의 이야기, 또 동방상여와 탁문군의 이야기로 정리되며 일종의 통속적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도 그다지 싫지 않은 양념과 같았다.

 


한 가지 특별히 좋았던 점은 그 높은 수준의 번역이라고 하겠다. 자칫 어색한 표현이 생경한 형태로 그대로 남아있던 다른 소설에서와는 달리 여기에서는 역자가 이 분야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말 흐름이 아주 매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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