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길, 실크로드 240일
콜린 더브런 지음, 황의방 옮김 / 까치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Colin Thubron의 ‘실크로드 240일(Shadow of the Silk Road)’   

전문 여행가요 직업적 소설가인 저자가 실크로드(1877년에 Ferdinand von Richthofen이 이름 붙임)를 따라 직접 혼자 몸으로 부딪치는 여행을 하며 보고 겪은 그곳을 실상을 현지 사람들과의 생생한 대화내용을 곁들여 쓴 르포르타주다. 이 책은 무슨 멋진 경치 사진이나 사적지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곳 바닥 사람들이 느끼는 정치와 경제의 모습 또 그 사회 저변에 흐르는 문화와 종교적 갈등상황을 그 어떤 사진이나 신문기사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과거 한 때의 영화가 어쨌건 상관없이 너무나도 서글프고 어느 곳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오늘 그곳의 모습을. 그러기에 이 책의 원제목도 ‘Shadow of the Silk Road’ 아니던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저자 Thubron의 역사와 고고학에 대한 지식 또 지정학적 현실파악 능력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가 어느 곳을 여행하던, 그곳의 어떤 안내원보다도 더 구체적으로 그곳의 역사와 유물에 대한 자료를 갖고 있다. 중국어로도 러시어로 대화가 가능하기에, 또 몸을 사리지 않는 적극적 성격의 소유자이기에, 현지인과 깊숙한 오지 탐험에 나서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오지여행의 진면목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현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부딪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신이 보고 싶었던 곳을 찾아 하나하나 곰곰이 뜯어보며 생각하고, 그곳 사람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깊숙한 면을 파고든다.

여행은 씨안(西安)으로부터 란쩌우(蘭州, 兰州) 또 뚠황(敦煌)을 가로지르며(나 자신 그곳을 여행할 때의 갖가지 추억이 되살아난다.) 변해가는 중국의 겉모습과 그들에 점령된 소수민족의 비애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구소련의 붕괴 후 얼떨결에 독립을 얻은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민중과 겉도는 독재자의 욕심과 뿌리 깊은 관리들의 부패에 시달리는 그곳 사람들의 참상을,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에서 벌어지는 광신도들에 의한 인간성의 말살이란 비참한 현실을, 터키를 지나며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는 쿠르드 족의 무력감을, 각각 그곳의 현지사람들의 입을 빌어 낱낱이 고발한다. Parag Khanna의 ‘제2세계’와 Khaled Hosseini의 ‘연을 쫓는 아이들’ 또 유지산의 ‘꾸란의 지혜’의 장면과 글귀들이 이 책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아니 다른 모습으로 훨씬 더 자세히 반복된다.

막연한 의무감처럼 나를 짓누르고 있던 생각에 다시 불이 붙는다. 탐험여행. 언제나 다시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이 실크로드의 여행에 나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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