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미술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신화 뒤집기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지음, 박이소 옮김 / 현실문화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를 돌려 붙인 원제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를 이곳 독자들의 구미에 맞게 더 도전적으로 바꾼 번역서의 제목. 미술학도들의 필독도서라는 이야기와 함께 추천을 받아 읽기는 했지만 왠지 입맛이 씁쓸하다.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무슨 프로파간다 선전물이 아니었었나하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실망이다. 주장이 강한만큼, 그 만큼의 반감을 일으켜서 그렇다고나 할까? 내용도 단순하고, 사실 문장다운 문장이나, 논리성 그런 것도 전혀 없고, 어쩌면 성의 없이 내갈겨 쓴 책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그럴 정도의 책이다.  

 ‘오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자유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것만이 미술이다.’ 저자의 이 주장에 누가 동의 않겠는가. 하지만, 그는 여기에 그 판단기준을 제시한다. 종교적 목적으로, 또는 권력자나 후원자의 명령을 받는 종속관계 속에서의 작품이라면, 어떤 형태로든지 주문자의 의도가 그 작품에 스며들 수밖에 없으니,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는 그런 까다로운 기준 말이다. 자신의 비용으로, 또는 아무 조건 없이 그 예술행위에 드는 비용을 지불하는 그 누구의 지원을 받은 경우에만 그 창작품에 예술성이 묻어날 수 있다는 것이고, 작가가 (일단 만들어 놓은 작품을 구매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든지 말든지 그런 것은 상관 않고) 자기가 원하는 표현행위를 하는 것만이 미술이라는 이야기다.  

그의 이 이론에 따르면 결국 이 세계는 (진정한 미를 창조할 수 있는) 천재들만의 세상이거나, (남들이 어리둥절하도록 이상한 짓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선구자들만의 것이 아닌가. 그토록 자유로운 직업세계가 어디 있겠는가.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세상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하는 "일반인"들과, 이들 "자유인"의 차이를 아무 거리낌 없이 주장하는 그 내용을 미술학도들이 한 번 접해보는 것은, 마치 의대생들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중히 여기듯이, 그 직업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의미에서나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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