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더 재미있지, 영화 본느 것이 더 재미있지, 책 읽는 게 뭐가 재미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죠. 맞아요. 세상에는 재미있는 게 너무 많죠. 그런데 저는 재미의 진입 장벽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몸에 안좋고 정신에 안 좋은 재미일 수록 처음부터 재미있어요. 상대적으로 어떤 재미의 단계로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재미라기보다는 고행같고 공부 같은 것일수록 그 단계를 넘어서는 순간 신세계가 열리는 겁니다. 독서가 그러한데요. 책을 재미로 느끼기 위해ㅓ는 넘어야 하는 단위 시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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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라는 건 어떤 단계에 가기까지 전혀 효과가 없는 듯 보여요.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효과가 확 드러나는 순간이 오죠. 양이 마침내 질로 전환되는 순간이라고 할까요. 그게 독서의 효능, 또는 독서의 재미라고 말할 수 있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책 한 권 읽은 것으로 독서의 재미가 바로 얻어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어느 단계에 올라가면 책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요. 그 재미가 한 번에, 단숨에 얻어지는 게 아니어서 더욱 의미가 있고 오래갈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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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언어로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철학에서도 그렇고 뇌생리학에서도 그렇게 설명합니다. 책을 읽은 후 우리는 그냥 뭉뚱그려진 감정과 생각의 덩어리를 갖고 있을 뿐입니다. 그것을 글이나 말의 형태로 옮기지 않는 한 생각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또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말하고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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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해진 길로 가는 사람들이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지요. 정해진 길로 가는 사람들도 불안해합니다. 그런데 독서는 길을 잃는 경험도 만들어줍니다. 진정한 독서는 정해진 길 밖으로 나가게도 만들고 그래서 길 위에만 있으면 안 보이는 것들도 보게 해줍니다. 길을 일부러 헤매게도 만듭니다. 우리가 살명서 크게 흔들리면 위험하잖아요. 그런데 책을 잃으면서 흔들리는 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할 겁니다. 그리고 길을 잃는 것의 해방감이나 쾌락, 또는 생각지도 못한 이득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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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해보면, 목적독서는 지쳐요. 왜냐하면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서는 쾌락을 못 느끼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얻어지는 부산물, 결과를 겨냥하고 책을 읽게 되면 독서를 ‘견디게‘ 되거든요. 힘든데, 다 읽고 나면 ‘한권 읽었다‘에 그치는 거죠. 책이라는 것은 우회로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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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라는 사람은 책 한 권을 쓸 정도로 그 문제에 대해 깊게 오래 생각을 한 거죠. 출판사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것들로만 거른 것들이 책으로 나오는데 그 책 한 권 후루룩 본 사람이 한 번에 비판할 논점들을 꿰뚫어보는 것은 독서력의 초반에는 불가능하죠. 초반에 비판적 독서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초반에는 좋은 책을 ‘골라 읽기‘가 필요하죠.
그 다음에, 비판을 하려고 하지말고 요약을 하려고 하라는 거에요. 초반에는 그게 중요해요. 비판은 고차원적인 지적 행위인데, 그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독서력이 쌓여야 하거든요. 초반에는 읽고 나서 요약하기도 어려워요. (...) 요약을 한다는 것은 그 책의 핵심을 간추린다는 얘기거든요. 그리고 구조를 파악한다는 얘깅ㅖ요. 그러니 내용을 제대로 요약하기가 중요하죠. 이런 경험이 어느 정도가 쌓이면 비판적인 판단 기준이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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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쌓는 독서와 허무는 독서라고 할 수 있겠죠. 쌓는 독서라고 하면 내가 내 세계를 만들어가는, 내 관심사에 맞는 책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책을 읽을 것 같고요. 허무는 독서는 내가 갖고 있던 고정 관념을 깨거나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는 경우일텐데요. 쌓는 독서를 게을리하면 ‘내 것‘이 안생기고, 허무는 독서를 안하면 내 세계가 좁아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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