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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플랑크 평전 - 근대인의 세상을 종식시키고 양자도약의 시대를 연 천재 물리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미선 옮김 / 김영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20세기를 준비하고 21세기를 여는 시대의 과학자 막스 플랑크
학창시절 과학교과서에서 자주 봐왔던 여러 과학자들 중 하나로 기억되는 막스 플랑크라는 이름. 보어의 원자모형의 모티브가 되는 플랑크의 양자가설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의 발견이 이다지도 중요한 것이었는지 새삼 느끼면서 책을 들었다. 뉴턴의 고전물리학을 허무는 20세기 현대물리학의 시작을 알린 그의 업적은 대단한 것이었지만 그의 인생은 너무도 힘들었던 것 같다. 천재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에게 느껴지는 화려함보다는, 마치 인생을 곱씹는 수도승의 느낌과 누구도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서도 과학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으로 점철된 인생이 죽음을 통해 편안한 안식을 얻게 된 듯한 숙연함이 느껴진다.
그의 평범한 인생은 1900년 양자역학을 발표함으로써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처음 시작은 미미했으나 점차 여러 학자들에 의해 발전된 양자이론은 이후의 아인슈타인에 의한 상대성이론과 함께 쌍두마차로 20세기 현대물리학의 태동을 알리게 된다. 하지만 그 당시 과학계는 양자역학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으며 실제로 플랑크의 업적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다. 그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이 늦어진 것 또한 양자이론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부족하여 미뤄졌으며 양자역학을 기초로 한 연구의 성과가 두드러지면서 노벨상을 받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옹호한 최초의 물리학자이기도 한 플랑크의 양자이론이 인정받는데 또한 아인슈타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플랑크는 불굴의 의지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가 덜 금욕적이고 철학적, 종교적인 확신을 덜 가졌더라면 그에게 닥쳤던 비극들을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첫 아내는 22년의 행복한 결혼생활 중에 죽었고, 플랑크에게 두 아들과 쌍둥이 딸을 남겼다. 큰 아들 카를은 1916년 전투 중 사망했다. 두 딸은 모두 출산 중에 사망한다. 제2차 세계대전은 그에게 더 큰 비극을 안겨주었다. 베를린에 있던 플랑크의 집은 1944년 폭탄투하로 완전히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그의 둘째 아들 에르빈은 히틀러의 목숨을 노렸다는 혐의를 받아 게슈타포의 손에 무참히 살해된다. 이런 무자비한 행위가 그의 삶의 의지를 파괴해버렸다. 그는 1947년 9월 4일 89세로 괴팅겐에서 죽었다.
확고했던 고전물리학의 기반을 흔드는 양자역학의 기초를 확립하고 본의 아니게 과학계의 혁명가로서, 예술가로서, 철학자로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고 가족을 잃는 고통스런 시대를 살다간 막스 플랑크. 그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시대가 필요로 했던 시대의 영웅이었다. 과학을 전공하거나 과학에 관심이 있는 많은 분들의 필독서라고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