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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 후 - 10년간 1,300명의 죽음체험자를 연구한 최초의 死後生 보고서
제프리 롱 지음, 한상석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고, 내 존재는 사라진다. 숨도 쉴 수가 없고 모든 것이 없어지고 만다는 생각이 견딜 수 없는 공포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은 어렴풋이 사후의 세계가 존재할 거라는 명확하지 않은 기대와 희망 속에 살아가고 있다. 나는 십 여 년 전 유체이탈을 경험한 적이 있다. 우연히 사이비종교를 알게 되어 몸담을 즈음 수시로 가위에 눌리더니 어느 날은 새벽에 잠을 깨고 다시 잠들기 전 천장까지 떠오르는 내 몸을 느끼게 되었다. 창문을 뚫고 나가려다 금 새 내 몸으로 돌아왔던 적이 있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어머니가 들었다는 말씀을 그날 저녁에 듣고 내가 정말 유체이탈을 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몸을 떠났던 잠시! 정말 무한히 평화롭고 자유로운 상태를 경험했었다. 식욕, 성욕, 금욕, 명예욕 등등, 육체를 통해 태어난 이상 그 육체적인 욕망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지만, 육체를 떠나는 순간, 그 모든 굴레를 벗어나 절대자유와 평화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내용이 정말 맘에 와 닿고, 수많은 임사체험의 경험을 접하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임사체험에 대한 회의론자에 대한 반박논리와 임사체험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방법에 할애되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미 그 사실을 믿고 있는 독자라면 그런 내용보다는 임사체험의 다양한 내용 - 필수적으로 공통되는 내용만이 아닌 자료수집 과정에 나타난 다양하고 희귀한 임사체험례 -이 좀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교적인 관점에서의 천당과 지옥은 과연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인지, 죽으면 누구나 다 똑같이 행복한 사후세계가 보장된 것인지, 임사체험이 어쩌면 사후세계에 대한 수박겉핥기식의 잠깐의 경험을 통해 성급한 일반화의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많은 임사체험자들이 다시 얻은 인생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좀 더 보람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생명이 갖는 본능적인 두려움인 죽음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삶을 더 활기차게 만드는 듯싶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천안함 장병, 46명의 죽음을 접하게 되었다. 분명 지금은 더 행복한 순간을 만끽 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사후의 세계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면 남아있는 유족들의 아픔도 분명 많은 부분 덜해질 거라 생각한다.
지난 1월 작은아버지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그 당시 충격적이었지만, 지금은 맘이 편하다. 분명 저세상에서 아주 편하게 잘 계시리라 믿고 있으니까.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없애주는 이 책을 많은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