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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앙겔라 메르켈 ㅣ 한들 트라움 시리즈 1
폴커 레징 지음, 조용석 옮김 / 한들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남에서 북으로 간 목사의 딸이야기?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앙겔라 메르켈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위해 대한민국의 상황으로 비교하여 ‘남에서 북으로 간 목사의 딸 이야기’라고 하는게 쉬울 것이다. 냉전의 와중에서 경제적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하던 동독과 서독의 환경에서 안락한 자유주의인 서독에서 공산주의의 차가움이 자리잡은 동독으로의 이주를 결심한 개신교 목사인 부친의 신앙적 영향으로 남들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경험을 지닌 독특한 이력을 갖게 된 앙겔라 메르켈.
1954년 서독의 개신교 목사의 첫째 딸로 태어난 앙겔라 메르켈은 태어나서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서독에서 동독으로 이주한다. 아버지가 동독의 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족은 목사관에서 살았으며, 공산 통치 하의 동독의 특징 상 목회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신앙적 가치를 지니며 살아간다.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베를린 과학 아카데미 물리화학 연구소에서 양자화학분야의 연구원으로 일하는 동안, 그녀는 자유독일청년회 과학 아카데미에서 지구선도위원, 선전부 의장을 지내지만 정작 동독의 어느 정당에도 가입하지 않다가, 1989년부터 동독 민주화운동에 개입하기 시작하여 독일 통일 직전인 1990년에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 당원이 되었다. 그해 의원으로 선출됨으로써 정치적 수완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콜 총리 아래에서 그녀는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 장관과 환경부장관에 해당하는 장관직을 역임하며 정치적 역량을 길러나가기 시작한다. 모태신앙의 기독교인이지만, 그냥 종교적 의미가 아닌 실천적 기독교적 삶을 몸에 지니고 산 부친의 영향으로 메르켈은 공적인 자리에서 스스로가 기독교임을 내세우거나 암시하여 신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오히려 기독교적 가치관과 상충되는 민감한 현안문제에서 스스로의 견해를 나타냄으로서 교회 쪽의 압력을 받기도 했지만 적당한 타협을 이끌기 위해 신앙적 제스쳐를 취하거나 하지 않고 당당히 응함으로서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진정성을 정치권 및 시민사회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게 되었다. 이런 그녀의 자세는 그녀가 속한 기독민주당의 양대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눈에 안보이지만 치열하고 은근한 대립의 구도를 무마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도 야기했으며 이런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의 소신을 펼치면서도 결국은 타협과 더 큰 포용을 이끌어내는 수완으로 인해 결국 통일독일의 총리로서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부러운 점은 정치적 상황이나 지리적 차이 등 많은 차이점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을 생각해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남북분단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남(서독)과 북(동독)을 오가며 새로운 가치의 구현을 위해 행동하면서도 근본적인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굽히지 않는 철저한 신앙인이며 국민을 사랑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참다운 지도자를 우리나라에서도 보게 될 날이 언제인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