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랑이 멀리 있어 슬퍼라 - 제임스 조이스 시집
제임스 조이스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3년 11월
평점 :
품절


시집을 펼치면 『율리시스』를 읽은 독자라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친절하고 명징한 언어로 사랑을 노래한 시가 등장한다. 현대 시가 복잡하고 암호 같은 난해함으로 우리에게 재미를 준다면, 옛 시들은 마치 노래 가사처럼 의미가 명확히 감각되고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시들이 바로 그런 옛 시의 맛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단, 옛 시이기에 불편한 표현- 젖가슴 - 이 중간중간 등장하는데, 시대를 생각하며 눈 감아 읽었던 부분이다.) 이를테면 아래의 구절이 그렇다.


사랑하는 그대여, 내 입은 현명하여

우아하고 고리타분한 표현을 쓰지 않아요

나는 피리 부는 시인들이

진지하게 찬미하는 사랑도

거짓이 전혀 없는

사랑도 본 적이 없어요


시집의 제목 <사랑은 사랑이 멀리 있어 슬퍼라>는 실제 35쪽에 실린 시편에서 따온 구절이다. 한국어 번역의 왼켠에는 원어로 시가 쓰여있다. "Love is unhappy when love is away!" 사랑은 사랑이 멀리 있어서 슬프다. 사랑은 사랑이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기술이다.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익혀야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사랑을 창조해낼 수 있는 사랑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사랑에게 주체의식을 부여한 조이스처럼, 능동적으로 사랑이 되어 사랑을 찾아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사랑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자신이 사랑이기 때문에. 한 사랑이 사랑을 찾아 멀리 길을 떠난다.

 

내 사랑 가벼운 옷 입고
사과나무 사이를 거닐고,
그곳에 부는 들뜬 바람은
무리지어 달리고 싶어하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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