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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였던 날들
AJ 덩고 지음, 임슬애 옮김 / 미메시스 / 2026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래픽 노블, 『파도였던 날들』은 작가님이 직접 겪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파도였던 날들』을 보니 상실의 형태는 모두 다르다는 걸 느낀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존재를 잃고, 저마다 다른 추억을 품고 살아간다. 빛나는 추억과 아프지만 따뜻한 그리움을 지닌 채. 상실의 모습도, 그것을 견디고 기억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작가 AJ 덩고에게 그것은 서핑이었다. 작가님은 서핑으로 사랑했던 연인과 함께했던 추억을 느낄 수 있었고,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크리스틴을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그러다 파도를 바라보며 이것이 상실과 닮아있음을 느낀다.
상실의 고통은 수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어떤 날은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파도가 되어 집어삼킬 듯 밀려오고, 어떤 날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작은 파도가 되어 조용히 마음을 적신다. 언제 찾아올지도,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도 알 수 없다.
상실의 고통처럼 파도가 그렇다. 파도는 부서졌다고 끝나지 않는다. 다시 바다로 돌아가 또 다른 파도가 되어 밀려온다. 상실 역시 단 한 번의 극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수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책 속에서 톰 블레이크는 이렇게 말한다.
"서프보드에 올라가면 땅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됩니다.
그때는 운명의 주인, 자기만의 작은 배에서 선장이 되지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온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그것을 바라보며 벌벌 떨 수만은 없다. 파도 속으로 완전히 잠겨버릴 필요도 없다. 작가님은 상실이라는 파도 위에 올라선 사람이다. 두렵고 위태롭더라도 작은 배, 서프보드 위에 올라타 보라며 다정한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것만 같다.
파도 위에서 서프보드를 타고 스스로 만의 선장이 되어야 한다. 슬픔에 휩쓸려 표류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이라는 파도 위에서 조금씩 균형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거대한 파도를 없애거나 바다를 잔잔하게 만들 수는 없겠지만, 파도 위에서 중심을 잡고 유영하는 법을 배우는 삶. 이 점이 이 책이 전하려는 용기와 격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