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르메스
야마다 무네키 지음, 김진아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2월
평점 :


#도서협찬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 있는 사람으로서, '헤르메스'의 이야기는 너무 흥미롭게 다가왔다. 지구의 소행성 충돌을 공룡 시대의 과거 사건이 아니라, 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 몰입해서 읽으니 긴장과 스릴이 넘쳤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구의 종말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처참하고 허무하게, 의미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살아야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주는 모든 곳이 죽음뿐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우주에서는 비정상적인 상태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소행성 충돌은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우주 안에서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확률로 바라보면, 내가 이 지구 안에서 살아 있다는 사실의 가치가 새롭게 다가온다. 가끔 왜 태어났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때, 누군가는 너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야라고 말하지만 그 말을 비웃으며 가볍게 흘려듣곤 했다. 그런데 헤르메스를 읽으면서, 너무 뻔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지구 안의 삶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지 깨닫게 된다.
자각하지 못해도 이미 나는 삶의 가치를 알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삶의 애착이 변형된 헤르메스 사람들의 비논리적인 모습이나, 다 함께 사라지자는 극단적인 감정들이 이해되기도 했다. 동시에,우주의 광대함이 주는 허무함 속에서도 삶을 지키려는 노력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기적이라는 단어는 환상에 가까운 개념같았다. 그런데 기적은 이미 경험하고 있는 삶 안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된 것같다. 헤르메스 너무 재미있었다. 이건 넷플릭스 감이다. 삼체처럼 재미있는 SF 소설이 또 없나 찾고 있었는데, 찾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