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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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장편소설 / 다산책방



NSTRA-14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완벽한 진통제였다.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만큼 통증 신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중독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장점이었다. (p.26)



신체적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세상이 있다. 고통을 견딜 필요가 없기에 고통을 견딘다는 것 자체로 정신병의 징후로 의심되기도 하는 곳이다. 정보라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고통에 관하여"는 이렇게 고통이 통제될 수 있는 곳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통을 지울수 있다니, 나로서는 정말 탐나는 축복같은 세상이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엔 고통을 되살리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NSTRA의 뒤를 이어 고통을 없애기 위해 개발 중이던 약에 고통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교단 사람들은 그 약물을 빼돌려 교단의 종교 행사에 사용했다. 처음에 교단은 약을 복용하면 감각이 사라지고 가벼운 도취 상태에 빠지게 되는 점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교단은 약 기운이 사라진 뒤에 엄청난 통증이 찾아온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약물에 대한 관심을 비공식적으로 놓지 않았다. (p.35)



어느 종교단체에서는 고통을 느끼게 하는 NBOLI-730을 사용하며 신도들에게 고통을 느끼고 찬양하도록 했다. 그러다 고통에 짓눌린 사람들이 죽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이 신념과 함께 테러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후 이 종교단체의 지도자들이 하나 둘 사망한 채로 발견되는데, 이 사건을 파헤치며 이러한 종교단체는 왜 존재하는지와 사람들은 왜 고통 속으로 들어가려는지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번 독서는 책의 제목답게 고통에 관하여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사람은 육신안에 갇혀 있어 개인마다 느끼는 고통은 고유하고 함께 공유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정말 외로운 것이라고 이 소설은 말한다. 고통이 주는 불쾌함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도 고통은 그저 고통이라는 것. 고통에 익숙해지지 말고 저항하며 살고 싶어진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고통을 주지 말자. 하버드 철학강의에서 보았던 "비록 울타리의 못을 다 빼내기는 했지만, 구멍이 남아있는 것이 보이지? 구멍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울타리는 더 이상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한단다.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도 그 사람의 마음에 못을 박는 것과 마찬가지지. 못을 뽑아내도 구멍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단다." 이 말처럼, 고통이 새겨진 몸과 마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너무 외로운 일이니깐. 아프지도 아프게도 하지 않는 날들이 가득 채워지길 바래본다.






물리적인 신체를 갖는다는 것은

욕구의 발생과 그것의 한시적인 충족이 반복되는 생존의 투쟁이며

그 모든 과정 자체가 또한 고통이라는 쓸쓸한 결론이었다.

(p.23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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