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 - 마지막 3년의 그림들, 그리고 고백 일러스트 레터 1
마틴 베일리 지음, 이한이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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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예술가, 반 고흐. 물론 나에게도 최애 작가이다. 이렇게 많은 사랑 받는 작가인 만큼 고흐에 대해서 많은 책들이 있지만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는 고흐가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되면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들이 수록되어 있는 특별한 책이다. 편지에 언급된 고흐의 그림도 보기 좋게 편집되어 있어, 작품을 고흐의 시선에서 가깝게 감상해 볼 수 있는 시점을 얻게 되고, 편지글들을 통해 작품에 대한 고흐의 생각도 알아볼 수 있게 된다. 





고흐의 편지를 읽어보면 고흐가 그날 생각하고 느꼈던 것에 대해 알 수 있는데, 그동안 익숙하게 알고 있던 작가의 전기나 작품에서 받았던 감동 이상으로 고흐에게 밀접하게 다가가지는 감정들이 생기는 것 같다. 학교에서 배웠던 교과서에 적혀있던 몇 줄의 설명과 분명히 다르다. 고흐가 직접 적었던 글들은 고흐가 어떤 느낌과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보내왔는지, 이런 시간들로서 녹인 작품을 더 깊이 있게 감상하고 감정을 이입해 보기가 좋았다.

비주류의 작가로서 인상파에 대한 신념을 지키고 발전해 나가기 위한 고민들부터 고흐가 바라본 세상의 아름다움까지.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고흐의 시선은 순수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특히 나에게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부분은 컬러에 대한 언급들이었다. 얼마나 색에 진심인지, 그 단순해 보이는 색들에 깊은 신중함을 담았는지를 느끼며 색의 아름다움에 대한 특별한 심미안을 가지고 있는 고흐의 열정과 마음이 예뻤다. 그리고 그림에 표현된 점 하나하나와 붓의 지나간 자리들을 바라보며 작품에 보이는 색 이상으로 고흐의 진짜 간절함과 진실한 마음이 함께 찍혀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학교에서 고흐에 대한 레포트를 적었을 때가 생각난다. 고흐에 대한 책들을 읽고 과제를 하며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을 울리는 고흐의 사정들이 있다. 고흐의 작품이 아름다운 만큼 마음이 아프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의 편지글들은 그 마음을 더 짙어지게 한다. 고흐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고흐를 사랑하고 관심이 있다면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를 읽어보며 고흐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작품을 더 즐겁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얻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인상깊은 책 속 문장]

1888년 3월 30일경

사랑하는 누이 빌에게

지금, 팔레트가 정말이지 다채롭단다. 하늘색, 오렌지색, 분홍색, 주홍색, 밝은 노랑, 밝은 초록, 화사한 검붉은색, 보라색으로 말이다. 이 '온갖' 색들을 강조함으로써, 다시 한번 고요와 조화에 도달하게 된다. 바그너의 음악에서 일어나는 일이 자연에서도 벌어진단다. 대형 오케스트라가 연주하지만 친숙한 그런 것 말이다……

(p.45-46)


1888년 5월 20일경

사랑하는 테오에게

하늘이 온통 분홍빛일 수 있다면, 인상주의자들의 풍경화에서 하늘이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묘사되지 말란 법이 없지 않겠니? 그러니까 내 말은 사물이란 우리가 느끼는대로 존재하며, 또 그것이 진실이 된다는 말이야. 그리고 죽음이 아직 먼 우리에게는(나는 그렇게 믿는다), 이런 것들이 우리 존재보다 더 대단하고, 우리보다 수명이 더 길 것처럼 느껴지지. 나는 우리가 죽어 가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우리가 아주 작은 존재이며, 예술을 붙들고 있기 위해 건강, 청춘, 자유를 혹독한 대가로 치르고, 즐거운 일은 아무것도 없고, 봄을 즐기러 가는 사람들 한 무리를 태운 마차를 끌고 가는 말 이상은 아닌 것 같다고 느낀다…… 

(p.61)


1888년 7월 5일

사랑하는 테오에게

저녁 식사나 커피를 주문하는 것 말고는 누구와도,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날이 잦아. 처음에는 늘 그렇지.

하지만 아직까지는 고독이 별달리 우려할 일은 아니란다. 찬란한 태양과 자연물에 미치는 태양 광선의 효과에 푹 빠져 있느라 말이야. 

(p.83)


1888년 10월 25일경

사랑하는 테오에게

감히 바라건대, 네가 짐을 다소 덜게 되길. 나는 정신적으로 바스라지고 육체적으로 지칠 때까지 생산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단다. 어쨌든 내게는 우리가 쓴 돈을 메울 다른 수단이 없으니 말이다.

내 그림들이 팔리지 않는 건 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언젠가 이 그림들이 물감값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될 날이 오겠지……

(p.125)


1888년 11월 1~2일

친애하는 동료 베르나르에게

……오랫동안 생각해 온 건데, 화가라는 우리의 고약한 직업에는 인간이 지닌 손과 노동자의 배고픔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 파리 거리의 탐미적인 멋쟁이들보다는 자연적인 취향(보다 사랑하고, 보다 너그러운 기질)이 필요한 것 같다고.

(p.126)


1888년 11월 12일경

사랑하는 누이 빌에게

색채를 조합하여 시를 쓰는 사람을 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구나. 우리가 음악에서 위안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면 될까……

기이하게 구불구불하고 여러 겹으로 그린 선들은 이 같은 견지에서 의도적으로 고안한 것이란다. 이런 선들이 정원의 형상을 닮게 표현하진 못하지만, 꿈속에서 보이는 것, 즉 우리의 심상을, 정원의 본질적인 특성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현실보다는 낯설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단다.

(p.132)


1889년 1월 4일

친애하는 벗 고갱에게

자네에게 간청하니, 모든 것이 최선인 이 최고의 세상에는 결국 사악함이란 존재하지 않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말게나.

(p.147)


1889년 10월 21일경

사랑하는 어머니께

우리를 작업하게 만드는 건 서로에 대한 우정이고, 자연에 대한 사랑이에요. 붓질을 완벽히 습득하고자 온갖 고초를 감내하는 사람이라면 그림을 두고 떠나진 않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전 아직 행운아지만, 이 직업에 발을 들였지만 미처 뭔가를 완성하지도 못했는데 떠나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일들은 많이 일어나지요. 어떤 직업군의 일을 습득하는 데 10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누군가가 6년이라는 시간을 고생한 끝에 그만두어야 한다면, 얼마나 겨운가요. 이 같은 일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있을지! 살아 있는 동안에 그림값을 많이 받아 보지 못하고 죽었지만 나중에 그림값이 높아진 화가 이야기를 들어 보셨나요? (…) 살아 있는 화가들은 고통스러운 상황이죠…… 그들은 튤립처럼 사라져 갈거예요. 

(p.199-200)


1890년 7월 23일

사랑하는 아우 테오에게

우리 화가들은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랑하는 아우야, 내가 늘 말했지만 한 번 더 간곡히 말하겠다. 진정성이란 가급적 잘하려고 애쓰는 데만 몰두하는 근면 성실한 정신으로써만이 표현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는 다순한 화상이 아니다. 그 이상이지. 너는 내 생각을 통해 실제로 그림을 제작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그런 그림들은 혼돈속에서도 잔잔할 것이다.

(p.242-243)









▶ 허밍버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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