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노르망디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시공아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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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갤러리 카페에 앉아있다가 멋진 그림을 봤다. 마치 한적한 풀빌라인듯 수영장 그림이었는데, 도시에 갇혀있듯 살고 있는 나에게 해방감과 위로와 즐거움을 주었다. 지금 당장 도시를 떠날수는 없지만 그 그림을 바라보기만 해도 긴장이 풀리고 휴가철의 좋았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네모난 그림 가득한 파랑색은 마음을 청량해지게 하였고, 고요하면서도 시원하게 들리는 수영장 물소리가 그림 밖으로 들리는 것 같아 기분좋은 경험이었다. 그 그림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었다.

 

 

 

 

미술관을 가서 작품을 볼때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거나 오디오가이드를 통해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저 대단한 예술작품 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그림이 탄생하는 과정의 이야기와 작가가 의도한 숨은그림찾기와 같은 여러가지 설정들에 대해 알게되면 작품 앞에서 느낄수 있는 체험이 전혀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땐 눈앞의 작품이 사물로서가 아니라 영혼이 담겨있는 특별함이 되어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것이 수영장 그림을 그린 이유입니다. 정말이에요. 나의 흥미를 끈 것은 수영장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물과 투명성이었죠. 나는 춤을 추는 그 선들이 수면 아래가 아니라 수면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연못에서 수면과 그 아래의 깊은 부분을 봅니다. (p.196)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수영장 그림을 호크니가 어떤 이유로 그리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전과 후에 나에게 닿는 점이 전혀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2020년 데이비드 호크니가 프랑스 노르망디, 그랑드 쿠르(La Grande Cour)에서 생활하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을 하며 작품 속에 투영하는지 엿볼수 있는 책이다. 더 나아가 호크니가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철학도 들어볼 수 있다.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나 오디오가이드의 설명이 많이 필요하지 않도록, 책 한권을 통해 호크니의 작품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살아있는 예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무명시절 없이 언제나 인정받아온 살아있는 레전드 화가이다.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어떤 그림을 어떻게 그려왔길래 반세기 넘도록 언제나 사랑받는 작품을 그려냈을까? 그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크니가 바라보는 세상은 호크니의 그림속에 옮겨진다. 호크니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대로 예술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무심하게 지나치는 어떤 것에도 깃들인 영혼을 발견하는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늘 나무를 바라봅니다. 항상 그렇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사과나무와 배나무를 그릴 수 있습니다. 이제 그 나무들에 열매가 달려 있죠. 나무는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나무는 가장 큰 식물이죠. 사람들처럼 저마다 다릅니다. 요크셔에 있을 때 하루는 누군가 우리에게 왜 항상 나무를 촬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나무가 모두 똑같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p.34-35)

 

나는 어디를 가든 허겁지겁 달려 나가서 차이점을 봅니다. 낭만주의적이죠. 그것은 눈을 통해 얻는 즐거움입니다. (p.114)

 

호크니가 말하는 즐거움이란 그림 안에서 세계와 고통과 전쟁, 죽음을 포함해 세계 안의 만물과 만사를 보는 것에서 비롯되는 즐거움이다. 이것은 언어가 아닌 시각적으로 수행하는 사색의 과정이다. 보는 행위를 통해 세계를 즐기고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림은 세계에 대한 해석이고 따라서 눈을 통해 정신으로 직접 전달되는 소통 수단이다. (p.118)

 

호크니는 사람들이 에덴 동산을 거닐고 있을 때에도 대부분은 그곳이 에덴 동산임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사람들은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지면을 훑어보는 데 시간을 쓸 것이다. 세계는 아주아주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열심히 그리고 자세하게 보아야 한다. (p.122)

 

 

 

호크니의 작품을 보면 내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태양같은 따뜻한 기운이 뻗어나오는것 같다. 따뜻함도 전염성이 강하고 참 기분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것은 호크니가 세상을 생각하고 바라보는 시각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에덴동산에 거닐고 있어도 이곳이 에덴동산임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는 말에서 무엇이 호크니의 특별한 점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호크니는 반 고흐가 미국에서 가장 따분한 모텔, 이를테면 털사에 위치한 간소한 1인 객실이라 해도 물감과 이젤만 있다면 갇혀 지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2,3일 뒤 반 고흐는 잊지 못할 아름답고 매혹적인 그림을 들고 나타났을 것이다. (p.252)

 

본질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장소가 아니라 그곳을 보는 사람이다. (p.253)

 

세상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듣기 좋으라는 사탕발린 말이 아니라는걸 호크니의 그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호크니의 생각과 시각은 호크니에게 좋은 순환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좋은 생각은 좋은 시선을 갖게하고, 좋은 시선은 좋은 행동을 그리고 행복의 감정을 불러일으켜 작가에게 좋은 영감을 준다. 결국 좋은 작품이 탄생되는 멋진 순환인 듯 하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높은 명성의 특별한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예쁜 마음을 닮고 싶다.

 

 

 

 

 

이 책에서 두번째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카메라와 그림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이야기들이다. 요즘의 사진들은 손쉽게 찍을 수 있어 순간의 기록으로 기억을 의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사진이 남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은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림은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아름다운 순간을 재구성한 특별한 장면이 될수 있다. 아마 수영장 사진이라면 해낼 수 없었을, 호크니의 수영장 그림이 특별한 이유도 이런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간의 눈으로만 볼수 있는 특별한 순간의 재구성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카메라가 인간의 눈과 뇌가 지각하는 방식으로 공간이나 일몰을 보지 않는 것처럼 꽃의 색채 역시 우리가 경험하는 방식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p.128)

 

우리는 카메라와 동일한 방식으로 색채를 경험하지 않는다. 그리고 호크니가 종종 강조하듯이 우리는 사진이 재현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또는 사실상 어떤 것이든) 지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심리적으로 본다. 호크니가 즐겨 말하듯이 우리의 눈은 우리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p.172)

 

호크니는 '우리는 기억을 통해 본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는 카메라 셔터처럼 1초의 몇 분의 1 동안에 장면을 경험하지 않는다. 우리의 눈은 (호크니의 또 하나의 반복구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정신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이전에 보았던 것에 비추어 이해한다. (p.246-247)

 

나는 사진의 편리성을 너무 좋아하는 1인이지만 사진이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엄청난 반딧불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디카로도, 핸드폰 카메라로도 내가 바라 본 것을 찍을 수 없었다. 그 순간들은 기억속에 저장해 가끔 꺼내볼 수 있는 특별한 장면이다. 이처럼 사람의 시선으로만 볼수 있는 세상과 그곳의 온도와 분위기까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그림이다. 그림이 표현하는 아름다움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은 기계가 전할 수 없는 특별함이 연결되는 있는 멋진 연결이라 생각된다.

 

 

 

 

 

 

 

 

사진이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예술활동을 호크니는 언제나 멈추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추는 순간에도 제한된 공간안에서 자신만의 소우주를 찾을 수 있었고, 절대 지치지 않으며 작품활동을 이어나갔다.

 

코로나19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그에 따른 봉쇄가 이어진 이 시기 동안 호크니는 더 작고 작은 세상 안에서 더 많고 많은 것을 발견했다. 다른 유명한 예술가들, 특히 중단 없이 계속해서 작업하고 성장하는 예술가들처럼 그는 우리에게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p.268)

 

어떻게 저렇게 질리지도 않고 한 평생을 그림을 그리는데 푹 빠져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에는 나 자신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이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라고 여기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p.200)

 

화가들은 오래 살 수 있습니다. 그들은 젊어서 죽거나 피카소, 마티스, 샤갈 또는 내 오랜 친구 질리언 에이리스Gillian Ayres처럼 장수하며 성공을 거둡니다. 그 이유를 압니까? 그림을 그릴 때 아주 깊게 몰입하게 되어 자신의 존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추가로 얻은 시간이 됩니다. (p.204-205)

 

호크니를 움직인 진정한 동인은 그림에 대한 강력한 매료와 그림을 통한 세계에 대한 매료였다. (p.268)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찾고, 그 취미를 직업으로 삼고, 그 직업으로 돈을 벌어 성공하는 꿈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호크니가 부럽기도 하다. 그래도 가장 부러워야 하는 점은 호크니가 예술을 사랑한다는 것과 예술안에 담을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중요한 예술가들은 모두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는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호크니는 분명 그렇다. 하지만 그는 세계를 새롭게 보는 방식의 명확성에서, 그리고 결과적으로 돌파하는 능력에서 더욱 보기 드문 사람이다. 이 점은 그의 성격과 작품에서 선천적이고 필수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선과 형태, 구성에서 명료성을 사랑한다. 이 모든 요소들이 방을 가로질러 크게 울려 퍼지고 더 나아가 전시장 벽을 훌쩍 뛰어넘어 예술계 밖의 더 넓은 공동체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그의 그림에 제공한다. (p.268)

 

호크니의 작품과 책속에 적힌 호크니의 말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며 내가 얼마나 차갑고 경직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호크니처럼 특별함을 발견하는 열정을 가져보자. 매일 보는 나무도 그리고 그 옆의 나무도 서로 어떻게 다르고 다채로우며 아름다운지, 호크니의 시선과 그림 안에서 그 나무들이 얼마나 특별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잊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해야할 것이 생겼다. 코로나 이후로 예전처럼 미술관을 잘 가지 못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랑드 크루에서 그린 호크니의 작품들을 검색해보며 노르망디로 랜선 예술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멋질 것 같다.

 

 

 

 

 

삶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음식과 사랑입니다.

내 강아지 루비에게 그렇듯이

바로 그 순서대로입니다.

 

나는 이 점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예술의 원천은 사랑입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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