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 영화가 묻고 심리학이 답하다,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김혜남 지음 / 포르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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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이 심리하게 묻다>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그리고 같은 작가님의 마지막 책,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작가님이 아프시기 전까지 영화를 감상한 후 심리학적 분석으로 영화를 접근하여 기록했던 글들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영화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해도 좋은 것 같다. 영화에서 비춰지는 삶을 전지적시점에서 바라보며 인생에 대하여 그리고 우리의 마음에 대하여 이야기해주는 따뜻한 책이다.

영화는 영상화된 이야기다. 그리고 다른 모든 예술과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를 바탕으로 한다. 사람의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감정과 생각, 행동, 동기를 주로 다루다보니 영화와 정신의학은 어떤 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목적하는 바가 우리 자신에 대한 표현 및 이해라는 점을 비롯해 꿈과 현실, 이성과 감정, 이미지와 단어의 경계에 초점을 맞추고 바라본다는 점도 비슷하다.

영화 속에서 관객들이 가장 먼저 동일시하는 것은 주인공의 감정이다. 주인공의 감정은 배우의 연기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그 감정의 깊이와 변화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배우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관객은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 울고 웃으며 재미, 슬픔, 기쁨, 허무, 희망, 두려움, 공포, 아름다움 등 복잡한 감정들을 간접 경험하게 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전개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감정의 표현, 함축적 의미와 갖가지 이미지가 관객이 영화를 느끼는 복합적인 요소인 만큼 영화는 감정으로 빚은 조각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p.81-82)

내가 영화를 보는 첫번째 이유는 즐거움이다. 두번째는 개인적인 취향의 섞여있는 영화의 경우 그런 공통점에 대한 반가움과 궁금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경험이다. 영화는 허구의 것이라고 하지만 내가 살아볼 수 없는 것들을 간접체험하게 함으로 풍부해지고 생각이 확장되는 것을 느껴본적이 많다. 확실한 것은 가만히 앉아 바라보기만 해도 나의 잠자고 있는 감각들이 더욱 풍성해지는 즐거움이 좋다. 

이 책은 영화를 보는 나의 세가지 관점에 하나를 더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정신분석전문의 작가가 영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준 것 같다. 영화는 인생의 이야기다. 그리고 감정의 흐름이다. 영화 속에는 깊은 뿌리로부터 출발한 인간의 복잡하고 다양한 심리가 있다. 심리적인 부분을 궁금해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만으로 얼마나 풍부하고 깊게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되는지 알게 해주었다. 이러한 태도는 더 나아가서 영화가 아닌 인생에서도 다양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열어주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1. 진실된 관계를 맺기 위해 무엇을 해야

2. 우리는 왜 내면의 상처를 지니고 살아갈까

3. 죽음을 앞두고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

4. 왜 우리는 현실을 살며 환상을 떠올릴까

5. 우리는 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

5가지 주제로 나누고 각 영화에 나타난 배역들의 심리를 돌아보는 즐거운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영화를 통해 심리학적으로 생각해보며 마음, 사람, 세상 그리고 인생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너무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심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접근은 편안하면서도 흥미로웠다. 다만  대부분의 영화가 보지 않은 영화들이라 영화를 감상하고 다시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읽은 후 넓은 시야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 역시 좋은 것 같다.

 

 

 

 

 

 

 

[인상 깊은 책 속 문장]

 

 

1. 진실된 관계를 맺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어웨이 프롬 허>, 사라 폴리, 2006.

이 영화는 톨스토이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병들어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다 해도 인간의 뇌에 마지막까지 남는 기능 하나는 바로 사랑이 아닐까. 이 영화는 인간이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p.20)


2. 우리는 왜 내면의 상처를 지니고 살아갈까

<매그놀리아> 폴 토마스 앤더슨, 1999.

매그놀링, 목련의 꽃말은 '자연에서 오는 은혜'다. 영화 <매그놀리아>에 목련은 나오지 않지만 아마 감독은 등장인물 모두가 각기 한 송이의 목련이라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욕망은 자연의 일부이고, 그것을 거스리기에 인간은 너무나 약한 존재다. 우리가 그에 대항하여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보듬고 용서하는 것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 또한 인간에게만 주어진 자연의 은혜이다. 그리고 이 은혜 아래 우리 사이의 끈은 영속된다. (p.80)


3. 죽음을 앞두고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

<레드> 로베르트 슈벤트케, 2010.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이다.

장밋빛 두 뺨, 앵두 같은 입술,

탄력 있는 두 다리가 곧 젊음은 아니다.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시들지 않는 열정이 곧 젊음이다.

영국의 시인 사무엘 울만은 그의 시 <청춘>에서 위와 같이 노래하며 늙음이란 몸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p.130)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로저 도널드슨, 2005.

불가능한 꿈이란 없으며, 꿈을 이루는 나이에도 한계는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먼로. 이는 그가 아무리 늙더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며, 착실한 리얼리스트로서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을 하나씩 준비해왔기에 이룰 수 있는 결과였을 것이다. 또한 그가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것은 그가 언제라도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였으리라. (p.136)

 

 

 

 

 

 

 

 

 

4. 왜 우리는 현실을 살며 환상을 떠올릴까

<더 도어> 안노 사울, 2009.

다비드는 그렇게 긴 꿈처럼 고통스러운 시간을 마무리하며 상징적으로 자신을 처벌하고, 인생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딸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된다. 과거는 되돌아가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고 용서하며 그로부터 배워나가는 것이라는 걸 그는 비로소 깨달았을 것이다. (p.154)


5. 우리는 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

<신라의 달밤> 김상진, 2001.

우리 사회에서도 보다 견고한 자아를 갖추어 퇴행을 멈추고 성숙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괴롭더라도 우리가 가진 수많은 문제를 직시하고, 참모습을 받아들이며 인정하는 것이 그러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모든 정신치료의 시작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영화에서도 퇴행한 사회의 가학

 


 

 

 

 

 

 

5가지 주제 중에서 3번째 주제 "죽음을 앞두고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주제 안에는 모두 마음속에 저장하고 싶은 글들이 담긴 보물상자이다. 영화를 통해 죽음의 입장으로 돌아보는 인생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시각이었다. 시간의 야속함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슬픔 비슷한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나에게 인생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들어주거나 조언해줄 수 있는 멘토는 없지만,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만나는 인물들을 통해 나는 따뜻한 조언을 들으며 인생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렇게 영화를 통해 주인공의 심리를 느껴며 나의 심리를 이해해보고, 인생에 대해 더 멀리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들을 가져볼 수 있다.  영화를 감상하는 단순한 유희를 넘어 값진 시간들로 나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게 바로 소확행, 힐링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 영화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과거의 상처를 묘사하고 재경험하여 과거의 아픔을 달래고 통합하는 과정에서 오는 힘이다. (p.205)

 

 

 

 

 

 

 

 

 

이 책에 적힌 작가님이 선택한 영화들은 보지 못한 영화들이 많이 있어서 꼭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안그래도 볼것은 넘쳐나고 선택장애로 인해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나에게 좋은 리스트가 생겨서 너무 행복하다. 또한 영화를 감상할 때 이 책의 설명을 바탕으로 더 넓은 마음과 시야로 영화를 감상해보고 싶다. 사막같은 마음에 오아시스와 같은 소중한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영화를 더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김혜남 작가님이 영화를 통해 말씀해주신 따뜻한 조언들을 가슴 깊이 간직해야겠다.

이처럼 세상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것, 자신이 잃어버린 것보다 현재 가진 것을 찾아내어 나누는 것,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며 이 세상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것, 그러한 태도가 죽음에의 공포를 이기고 노년의 삶을 좀 더 풍부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 (p.141)

잘 읽었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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