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X다 - 부디 당신은 O를 골라요
김별로 지음 / 포르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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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로 라는 필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X 이야기를 담은 책


이 책은 카피라이터 작가님의 글 답게 제목부터 뇌리에 박힌다.

인생X다!! 외침같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리고 이어서 친절한 듯한 목소리가 보인다. 부디 당신은 O를 골라요


도로위 주의 표지판처럼 노란 커버지에 인생 X라는 커다란 제목과 책 설명이 나를 사로잡았다.

X들만 골라 살아온 인생. 그리고 닥쳐온 엄청난 빅X로 인한 개똥밭 분투기! 설명을 읽자마자 바로 읽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속에서 꼬여있는 것들이 외치고 싶던 말을 드디어 찾은 느낌이었다.




매년 찾아오는 코감기로 찾은 이비인후과에서 의사의 권유로 더 큰 병원에 가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빅X를 만나게 된다.

"비강형 NK/T 세포 림프종이라고 임파선암이라고도 하는 혈액암의 일종입니다." (p.23)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한 사람에게 찾아온 빅X는 바로 혈액암이었다. 이렇게 책이 시작된다.

무한할 것 같은 인생을 살다보면 모랐던 숨막히는 존재감의 데드라인은 삶과 생각을 순식간에 바꿔놓는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는 나에게도 충격이 느껴지는데, 직접 이 말을 듣게되는 사람들은 어떨까 생각해 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솔직한 걸까? 작가 특유의 웃픈 표현들이 너무 매력적이다.

저자는 암선고를 받고 돌아가며 생각한다. 방광암이나 유방암이 아닌 혈액암이라는 것에 조금 근사하다고.

혼술할 소주와 안주도 사서 귀가한다.

나도 X를 잘도 고르는 똥손이라 그런지 이해된다. 나역시 같은 생각 같은 행동을 했을 것 같다.






암환자가 되면 누구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고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내가 걸린 거지? 소 잃고 외양갓 고치듯 어리석은 반추를 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암에 걸리기 위한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며 살아왔다. (p.49)



빅X는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게 하였고, 지나온 인생 곳곳에 숨어있던 자잘한 X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과거를 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X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렇게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암 환자라면 행동할 다양한 시도들을 하게 된다. 특징이 있다면 자연치료를 중심으로 행동한다. 역시 X를 고르는 탁월한 능력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발상이 비슷하다. 나 역시 겁쟁이라 병원에 가기 무섭다는 이유로 더 무서운 암과 함께 자연으로 떠나버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상황에서 지방으로 떠난다면 새로운 변화된 곳에서 암도 새롭게 변화될 것이라 믿으며 살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비로소 '시한부' 시한부 인생이 끝났지만, 나는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더 불량한 일상을 보냈다. 혼술이 늘었고 여전히 담배도 피워댔다. 좁아진 인간관계,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의 고독 혹은 고립감, 막막한 미래. 술 마실 이유는 넘쳐났다. 운동을 거르게 만드는 무기력은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했다. 그렇게 출구 없는 날이 계속됐다. (p.147)



자연치유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생각은 든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자연치료에 대한 고민을 계속 했을 것 같다. 선택지 O와 X. 병원치료와 자연치료 선택지 2개를 모두 사용을 하고 나서야 고민이나 의심이 사라질 것 같다. 남들이 보면 상식적이지 않다, 왜 이렇게 선택하는지 어리석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판단이라도 누군가에게는 고심한 선택일 것이고, 그것이 그 사람의 사는 방식이다. 결과를 떠나서 X를 선택한 것이 남들이 말하는 틀렸다의 X라는 뜻으로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옳지 못한 생각이라 하더라도 나는 그냥 그렇게 생각이 든다.





나는 잘 살고 싶어졌다. 나태해진 일상을 바로 잡고, 열심히 글을 쓰고, 달리기도 거르지 않고, 몸에 해로운 것들을 멀리하며, 최선을 다해 연선이와 행복한 날들을 만들어가고 싶어졌다. (p.153)


희망이 추가된 암환자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점점 멀쩡한 생활과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p.158)



암선고를 받고 3년의 시간을 X의 선택으로 살아왔다면, 이제 O가 남았다. 병원에서 암 집중 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책의 후반부는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는동안 겪은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엿볼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애국가이지만;; 그 외에는 무균실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많이 순화되고 미화시켰을 것이라 생각되는 이야기를 들으며 X매니아 나에게는 조금 경각심이 들었다. 일상에서 겪는 느낌, 빌런을 바라보는 시선, 예민함과 두려움 등등 작가님과 성격이 비슷한 나여서 그런지 병원생활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무서운 경고음이 들리는 듯 하다. 책의 초반 프롤로그에 이런 말이 적혀있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의 일상이, 기준이, 선택이 쉽게 바뀔 거란 생각은 솔직히 하지 않는다. 나와 남과의 괴리감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는 것도 안다. 소박한 목표를 정해본다면 딱 한사람, 이 책을 읽고 소중한 이를 놓치지 않는다거나, 제때 항암 치료를 받는다거나, 하루를 허투루 살지 않는다거나, 딱 한 사람만이라도 괜찮은 선택을 한다면 좋겠다. (p.6-7)



나랑 반대의 O를 선택한 사람이 이책을 썼더라면 책을 덮자마자 내용들이 많이 스쳐 지나갈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어딘가 모르게 공감대가 많다보니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소심한 나라서 무서운 기억은 꽤 오래가기 때문에 이 책으로 인해 나의 선택이 조금은 바뀔지도 모르겠다.





뜨아가 식어 미지근해질 때까지, 아아의 얼음이 녹아 싱거워질 때까지, 한남동에 사는 경훈과 집 한 채 없는 나의 온도차가 얼마 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우리는 사운즈 한남의 벤치에서 똑같은 햇빛을 입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p.262)



X와 O의 온도차는 어느정도일까? 정말 둘 중에 무엇이 옳은지 답이 정해져 있을까?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에 나눠버린 기준일 뿐은 아닐까? 작가가 말하는 인생 X는 나의 삶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나에게 일어난 일처럼 집중되어 읽었다. 책을 다 읽고난 후 드는 생각은 이것이다. 그럼 어때, 지금부터 더 잘 살면 되지. 남들과 다르면 좀 어때? X를 선택했다는 죄책감이 조금 내려지는 기분이다.


O가 되었든 X가 되었든 두개의 정답으로 나누기엔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한 기준들이 있다. 조금 솔직하게 내가 봐도 아니었던 선택은 이젠 그만 양보하고, 세모가 되었든 네모가 되었든 나에게 가장 선물이 되어줄 만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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