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평안의 시
김옥림 지음 / 미래의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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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다보면 넘쳐나는 글들 속에서 다양하고 수 많은 글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넘쳐나는 문장들 속에서도 쉽게 접하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면 나에겐 그 중 하나가 바로 "시"였다. 학창시절 문학시간에 공부하던 "시" 안에서 처음 보는 낯선 단어들을 만났었고, 그 나이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성을 억지로 외워야 했던 고통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서였을까? 세상에 얼마나 아름다운 시가 많은지 관심도 두지 않은 채, 나는 나도 모르게 "시"와 거리를 두며 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위로와 평안의 시"라는 책은 나에게 다양함을 열어주었다. 어릴 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화자의 의도와 감성들을 경험 한 지금의 나이기에 시의 단어가 얼마나 깊은지, 시의 한 문장은 얼마나 넓은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릴 땐 시를 머리로 읽었지만 지금의 나는 시를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시를 읽지 않던 나였는데, 선물처럼 다가온 이 책은 나에게 독서에 대한 세계관을 넓게 열어주었다.

특히 이 책이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작가가 모은 한국과 세계의 아름다운 시들을 엮은 책 한권이라 모든 시가 아름다웠고 예뻤다. 그리고 "시" 초보자인 나도 읽기에 이해하기 쉬운 시들이 많았다. 이 책은 시 한편 한편마다 김옥림 시인의 시 이야기가 함께 적혀있다. 그래서 시 한편을 읽고 난 후, 누구와 함께 시의 느낌을 공유하듯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시에 다가갈 수 있었다.

 

 

 

 

 

한 편의 좋은 시는 처진 삶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인생을 결정지을 만큼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요. 요즘은 시가 읽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를 읽으십시오. 훌륭한 시는 장편소설을 읽고 났을 때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p.161)

이 책에 수록된 "시"들은 학창시절 그렇기 싫어하던 문학책에 수록되었던 "시"들이 참 많이 보였다. 가물가물하지만 "시"를 읽지 않는 나에게 이 책에서 만난 "시"가 처음이 아니라면 모두 교과에서 읽고 공부했던 "시"들이 분명하다. 그땐 나에게 두통같던 시들이었는데 지금은 두통약 같은 시들이 되어있다.

시의 언어는 단어 하나하나 맑고 깊다. 그리고 정말 아름답다. 그래서 이왕이면 제대로 읽고 싶었다. 시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느껴보기 위해 마음을 비우고 최대한 오감을 열어가며 머릿속에 그려보고 피부로 느끼듯이 읽으려 노력했다. 덕분에 시는 더욱 아름다웠고 흙탕물 같던 머릿속은 두통약을 먹은 것 처럼 맑아지는 느낌도 든다.

깊은 감흥에서 온 그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질 만큼, 몸과 마음을 맑고 투명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시는 마음의 본향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시를 읽어야 합니다. (p.6)

이 책의 작가, 김옥림 시인이 말한 의도를 조금 알것 같았다. 정말 맑고 예쁜 시를 읽으면 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내 마음속을 투명하게 해 주고, 시를 읽음으로 몸도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의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p.18)


갈 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아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p.84)


시는 길게 말하지 않는다. 짧은 몇 문장의 언어로 진심어린 위로가 되어준다. 한 권의 에세이 책 보다 한 편의 시는 더 따뜻하다. 이런 부분이 처음 느껴보는 시의 매력이었다. 외로움을 이해하기 위해 뇌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나 심리학적인 전문의들의 책들도 도움이 되지만 시는 뭐랄까. 사람의 영역이 아닌 것 처럼 신비로운 힐링의 언어인 것 같다. 그래서 "수선화에게"와 "갈대"는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힐링이 되는 시였다.

 

 

 

 

처음 가는 길

도종환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했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p.104)


이 책에 담긴 "처음 가는 길"이라는 시는 나에게 용기가 되어주었다. 겁이 많은 나에게 두려움을 가볍게 해주고, 혼자가 아닌 것 처럼 느끼게 해준다. 시의 언어로 가져다 주는 용기는 무겁지도 몰아치지도 않고 따뜻하면서 단단하게 힘을 실어주고, 그 말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처음 가는 길"과 같은 이유로 "걸어보지 못한 길"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 너무 좋다. 나에게 정말 아름다운 길을 제시해준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걸어보지 못한 길" 中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p.121)

 

 

 

 

 

 

 

시는 위로가 되어주고, 용기가 되어준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 사랑이다. 무미건조한 언어로 말하는 사랑이 아닌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언어의 사랑을 말해준다. 시를 읽음으로서 진실한 사랑의 온도와 깊이를 깨닫고 되찾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책의 작가도 시를 읽으며 사랑이 메말라버린 요즘의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우리에게 사랑을 강조한다.

그렇습니다. 싫증나지 않는 사랑이란 감동을 주는 사랑입니다. 감동을 주는 사랑은 오래도록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까닭이지요. (p.165)

진실은 언제나 통하는 까닭에 고통과 시련이 다가와도 심장이 멎는다 해도 자신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랑, 자신의 진정성으로 감싸 줄 수 있는 사랑, 지금은 그런 사랑이 간절히 필요한 시대입니다. (p.169)

그런데 많은 이들은 사랑이 지닌 진살한 의미와 목적을 잘 알지 못한 채, 사랑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씹다 버린 껌처럼 함부로 여기지요. 사랑을 가볍게 여기는 자는 사랑의 참된 희열을 알지 못합니다. 사랑을 중시하고 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해야 참된 사랑의 가치와 희열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p.187)

조건이 붙는 사랑으로부터 벗어나 시가 말하는 맑고 순수한 사랑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되찾을 수 있다면, 아주 작은 변화는 일어날 것이고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메마른 사랑에도 따뜻함이 조금씩 넘쳐나는 그런 날들로 채워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시를 읽는 다는 것은 마음의 보약을 먹는 것과 같아 마음과 생각을 튼튼하게 함으로써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답니다. (p.117)

힐링이 시급한 순간들이 찾아올 때가 자주 있다. 쇼핑을 하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기도 하고, 기분전환으로 산책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보게 된다. 여기서 나에게 없던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 "시" 처방이다. 앞으로는 시를 더 사랑하고 선물도 해야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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