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 - 도망친 곳에서 인생을 다시 짓다
패트릭 허치슨 지음, 유혜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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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쓴 글입니다. 




도시에서 오래 살다 보면 편리함은 익숙해지지만, 이상하게도 '숲속'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먼저 반응할 때가 있다. 빠르지 않은 시간, 와이파이도 닿지 않는 공간, 해야 할 일보다 해야만 하는 일이 적은 삶.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는 그런 감각을 현실로 옮긴 이야기다. 충동처럼 보였던 작은 선택이 한 사람의 방향을 어떻게 바꾸든지, 그리고 불편함이 어떻게 위로가 되는지 차분히 따라가게 된다.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는 광고 카피라이터였던 패트릭 허치슨이 7,500 달러에 숲속 오두막을 사면서 시작되는 논픽션 에세이다. 원재는 Cabin. 미국 워싱턴 주의 작은 마을 인덱스에서 6년에 걸쳐 오두막을 고치며 살아간 기록을 담았다.

저자는 어릴 적 숲에서 뛰놀던 기억을 가진 채 도시로 나와 방황한다. 친구들은 직장을 찾고 결혼을 준비하는데, 그는 여전히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를 붙잡지 못한다. 바텐더, 배달원, 주방 보조를 거치며 떠돌던 시간.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방향은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가 집을 사겠다고 말한 순간, '집'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 들어온다.

도시 집값은 감당하기 어려웠고, 검색 범위를 넓히다 발견한 것이 숲속의 작은 오두막이었다. 이끼 낀 지붕, 낡은 벽, 전기도 수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공간. 그러나 그의 눈에는 결함보다 풍경이 먼저 들어왔다. 단풍나무 아래 서 있는 작은 집. 친구들과 불을 피우고 웃고 있는 장면. 그 상상이 결심이 되었다.

문제는 현실이었다. 공구 이름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된 수리. 지붕은 새고 바닥은 썩어 있었다. 하지만 서툰 작업은 점점 능숙해졌고, 밤새 망치를 두드리던 시간은 무료했던 일상을 밀어냈다. 오두막은 그에게 '해야 할 일'을 주었고 그 일은 곧 에너지가 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오두막의 정의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화려한 별장이나 대저택이 아니라, 약간은 퀴퀴한 냄새가 나고 불편함이 남아 있는 공간. WiFi가 없어도, 전기가 약해도 괜찮은 곳. 모든 것을 갖추는 대신 덜어내는 장소. 그는 불편함 속에서 오히려 집중과 평온을 얻는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직접 불을 피우는 시간 동안 잡념은 사라지고, 손으로 만든 공간에서 묘한 동지애가 싹튼다.

책의 후반부에는 단순한 수리기를 넘어 삶의 질문으로 확장된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은퇴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을 때 느낀 공허함, "나는 내 삶을 충분히 쓰고 있는가"라는 물음. 이 고민은 낯설지 않다. 안전과 열망 사이에서 망설이는 마음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두막 생활이 낭만으로만 채워지지는 않는다. 폭우와 산사태, 낯선 기척이 주는 불안, 사계절의 혹독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엄격하다. 그럼에도 그는 그곳에서 자신이 만든 것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직접 손댔기 때문에 소중한 공간.

읽다 보니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기보다는, '저런 선택도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이 남았다. 도시를 떠나야만 답을 찾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내가 붙잡고 있는 기준을 한 번쯤 내려놓아도 괜찮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성공을 향해 속도를 높이는 대신, 속도를 낮추며 자신을 확인해 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불편함을 통해 삶의 감각을 되찾는 기록. 그래서 묘하게 오래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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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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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귀신 붙게 해 주세요>는 제목만 보면 기묘한 판타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귀신 이야기로 포장된 학교 사회의 민낯에 가깝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면 성장과 우정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작품은 그 익숙한 틀에 머물지 않는다.

학교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자유는 왜 어떤 순간에는 존중받고, 어떤 순간에는 단속의 대상이 되는가. 읽다 보니 오래전 졸업한 교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규칙과 분위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동성애를 둘러싼 찬반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쉽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기순고는 한때 자유로운 학교였다. 서로의 선택을 문제 삼지 않았고, 오히려 다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교장이 바뀌면서 공기는 급격히 변한다. '정상적인 학교', '바른 생활'이라는 구호 아래, 사회적으로 불순해 보이는 것들을 정리하겠다는 어른들의 발상이 시작된다. 그 순간 자유는 관리 대상이 된다.

아이들의 태도 역시 달라진다.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던 친구를 거리에 두고, 손가락질하고, 심지어 괴롭히기까지 한다. 같은 교실, 같은 얼굴인데 기준이 바뀌자 판단도 따라 바뀐다. 상황이 정의를 규정하는 장면은 씁쓸하다. 결국 이 작품이 겨누는 것은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다수를 등에 업고 쉽게 입장을 바꾸는 시선이다.

이 흐름 속에서 윤나의 이야기는 더욱 또렷해진다. 미용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미 정해둔 아이. 중학교 시절, 눈썹 때문에 놀림 받던 재이의 눈썹을 매일 그려주며 시작된 우정은 윤나에게 자부심이자 확신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들어오며 관계는 틀어진다. 재이는 현서와 연인이 되고, 학교와 가정의 압박 속에서 흔들린다. 윤나는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지만, 동시에 친구가 부당한 일을 당하면 참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규칙이 강화되고 염색이 금지되자 윤나는 친구들의 머리를 검게 염색해 주며 돈을 모은다. 학원에 등록해 꿈에 한 발 더 다가가려는 순간, 야간 자율학습이 부활한다. 전 과목 1등급을 받으면 제외해 주겠다는 담임의 말에 윤나는 강령술을 택한다. 그렇게 만난 존재가 20년 전 죽은 전교 1등 순지다.





순지는 단순히 시험을 대신 치러주는 귀신이 아니다. 그녀 역시 과거에 '이단을 없애겠다'는 어른들의 논리에 저항하다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지박령이 되어 학교에 남아 있던 이유는 미련이 아니라 기억이다. 반복되는 억압을 지켜보며, 다시 시작된 배제의 움직임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과거와 현재가 겹치며 독자는 깨닫게 된다. 억압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만 바뀌어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을.

재이와 현서의 관계도 그 흐름 안에 놓인다. 한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사랑이 교장의 한마디에 문제로 규정된다. '정상'이란 단어가 얼마나 쉽게 사람을 가르는지 드러나는 순간이다. 자유롭던 공간이 통제의 장소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작가 이로아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지만 질문은 교실 밖을 향한다. 우리는 정말 스스로 생각해 판단하는가. 아니면 분위기에 기대어 입장을 전하는가. 학창 시절을 큰 문제 없이 보냈다고 여겼던 나 역시 돌아보게 됐다. 그 평온함이 누군가의 침묵 위에 놓여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 소설은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지만, 어른 독자에게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귀신이라는 장치는 흥미롭지만, 끝내 남는 것은 질문이다. 기준이 바뀔 때보다 함께 흔들리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편에 설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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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기 시작하면 달라지는 것들 - 자신감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김유미 옮김 / 윌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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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어릴 때 나는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였다. 이름을 기억해 주는 사람들, 똑똑하다는 칭찬,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세. 그런데 나이가 들고,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직장에서의 좌절을 겪으면서 그 단단하던 마음은 조금씩 닳아갔다.

어느 순간부터 "혹시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습관처럼 따라붙었다. <나를 믿기 시작하면 달라지는 것들>은 잃어버린 자신감도 훈련을 통해 다시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세계적인 자기 계발 전문가로, 목표 설정과 성취 전략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인물이다. 수많은 강연과 저서를 통해 "성공은 기술이며,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이 책에서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한다. 자신감 역시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반복 훈련으로 길러지는 능력이라고.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자신감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1장의 메시지였다. "자신감은 있는 척에서 시작된다." 감정이 먼저가 아니라 행동이 먼저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해낸 사람처럼 말하고 움직이면, 그 행동이 감정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해 보여도 반복하다 보면 태도가 바뀌고, 결국 내면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목표 설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목표가 없다면 방향도 없고, 방향이 없으면 확신도 자라기 어렵다. 그는 목표를 반드시 글로 쓰고, 우선 순위를 정하고, 메일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불가능이 없다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적으라는 것이다.

"우리는 주로 하는 생각의 방향대로 발전해 간다"는 문장도 오래 남는다. 걱정을 많이 하면 걱정이 현실이 되고, 가능성을 자주 떠올리면 그쪽으로 시선이 향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의식적으로 생각을 관리하라고 말한다. 두려움이 올라올 때는 긍정적인 문장으로 대체하라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현재형 메시지를 반복하면 잠재 의식이 그것을 받아들여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자기 암시는 막연한 위안이 아니라 훈련의 과정이라는 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인생을 관통할 핵심 가치를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선택하라는 조언이다.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길 원하는지 써보라는 질문은 생각을 깊게 만들었다. 결국 자신감은 실력 이전에 방향에서 비롯된다는 느낌이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면 아무리 열심히 움직여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감정적인 위로에 머물지 않는다. 매 장이 끝날 때마다 독자가 직접 답을 적어 보도록 질문을 제시한다.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적용하도록 이끈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한 번에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작은 목표를 세우고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다시 단단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잘 풀릴 때가 아니라, 잘 풀리지 않을 때에도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힘을 기르라는 것. 자신감은 기다린다고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을 통해 만들어 가는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준 책이다.

자신감이 흔들리는 시기에 방향을 다시 잡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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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고치는 의사입니다
이상욱 지음 / 모티브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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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쓴 글입니다.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예상보다 훨씬 단단하다. 미용 시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외모 뒤에 숨어 있는 자존감과 상처, 그리고 끝까지 자신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치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되었다.




<저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고치는 의사입니다>는 피부과 의사이자 유튜브 '동네 의사 이상욱'을 운영하는 이상욱 원장이 진료실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는 한때 피부 미용을 하는 자신의 일이 가볍게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생사를 다루던 내과 레지던트 시절과 달리, 겉모습을 바꾸는 일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 생각을 바꾼 건 말기암 환자 한 분이었다. 삶의 끝을 준비하던 어머니는 "죽기 전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고 싶다"며 기미 치료를 원했다. 그에게 그 치료는 사치가 아니라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그 순간 저자는 깨달았다.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 역시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책에는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청춘, 점 하나 때문에 인생이 막혔다고 믿는 사람, 자식이 준 돈을 쓰기 미안해 망설이는 어머니의 사연이 등장한다. 그는 무조건 시술을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필요하지 않은 시술은 단호히 말린다.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에서의 선택은 또 다른 후회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만 좋고 마음이 치유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의료가 아니라 소비에 불과합니다."

이 문장은 이 책의 방향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읽으며 개인적인 기억도 떠올랐다. 나는 오랫동안 아토피로 병원을 다녔다. "완치는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절망스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막연한 희망을 반복하는 말보다 그 솔직함이 오히려 위로였다. 기약 없는 기대에 매달리는 대신 현실을 인정하고 관리하는 쪽이 마음을 덜 소모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정직한 시간'과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노력'은 의료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공부법을 나누며 시행 착오를 숨기지 않는 태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솔직하게 꺼내 놓고, 누군가는 덜 헤매기를 바라는 마음. 그 진심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우리는 종종 외모를 고치며 삶이 달라질 거라 믿는다. 그러나 저자는 먼저 묻는다. 지금 고치고 싶은 것이 정말 얼굴이냐고. 혹시 상처받은 마음은 아닌지.

책을 덮으며 오래전 만났던 한 의사가 떠올랐다. 실력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환자를 사람으로 대해 주던 분이었다. 결국 좋은 의사를 만나는 일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피부과 에세이이면서 동시에 자존감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다. 거울 속 얼굴이 아니라, 그 얼굴을 바라보는 나의 표정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당신은 이미,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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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 내려놓음의 마음 공부 고요하고 단단하게
권민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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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벌써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지 16주기가 되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스님의 문장은 더 또렷해진다.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 내려놓음의 마음 공부>는 흩어져 있던 가르침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엮어낸 책이다. 빠른 속도와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하고,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한다.

스무 살 무렵, 문고판 <무소유>를 붙들고 버티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번 책 역시 그때처럼 멈춤과 비움의 가치를 조용히 일깨운다. 그리움 위에 다시 펼쳐진 스님의 말은, 우리에게 단단한 중심을 건넨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의 글과 사상을 중심으로 엮은 명상 에세이다. 총 7개의 파트, 245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에는 스님의 문장, 뒤에는 엮은이 권민수의 해설이 덧붙는다. 덕분에 짧은 문장이 지닌 의미를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스님의 말은 언제나 간결하다. 그러나 그 울림은 오래 남는다.

"아름다운 장미꽃에 하필이면 가시가 돋쳤을까 생각하면 속이 상한다. 하지만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가시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났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하고 싶어진다."

- 무소유



같은 현실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힘든 상황을 원망으로 바라볼지, 배움으로 바라볼지는 결국 나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또 다른 문장도 마음을 붙든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이 기특한 일입니다. 모든 것은 삶에서 시작되고 삶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행복도 불행도, 기쁨도 슬픔도 따릅니다."

- 2008년 8월 15일 여름 안거 해제


당연하게 여겼던 하루가 사실은 기적이라는 것. 우리는 늘 더 많이 가져야 안심할 수 있다고 믿지만, 스님의 말은 오히려 넘쳐서 불안해진 현대인의 모습을 짚는다. 부족해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부족하다고 여기는 생각에 붙들려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추상적인 위로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멈춤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한 박자 늦게 바라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급한 것을 구분하고, 관계 중심은 타인이 아니라 '나'에게 두라고 조언한다. 기대가 상처가 되는 순간을 이미 여러 번 겪어 본 나에게 이 문장은 유독 깊이 남았다.





"사람은 어떤 묵은데 갇혀 있으면 안 된다. 꽃처럼 늘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살아있는 꽃이라면 어제 핀꽃하고 오늘 핀꽃은 다르다. 새로운 향기와 새로운 빛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산에는 꽃이 피네


익숙함에 머물고 싶은 마음과 새로워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망설일 때,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자리 하나, 말투 하나, 속도 하나를 바꾸는 것. 그렇게 삶의 감각을 깨워 나가라는 조언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20대의 나는 혹독한 직장 생활과 가정의 무게 속에서 버티고 있었다. 자기계발서를 붙잡고 방법을 찾던 시절, <무소유>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를 붙들어 주었다. 더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재촉하지 않았고, 이미 충분하다고 말해 주었다. 이번 책을 읽으며 그때의 마음이 다시 떠올랐다.

법정 스님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중심을 바로 세운다. 빨리 가는 법이 아니라, 제대로 가는 길을 묻는다. 읽는 것으로 끝나면 쉽게 잊히겠지만, 한 문장이라도 삶으로 옮긴다면 하루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고요하지만 단단하게. 이 책은 그렇게 살아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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