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http:blog.naver.comsur1n220801936011





감각적이고 간결한 문체에, 게다가 읽다보면 빠져들만한 줄거리라 그런지  며칠만에 휘리릭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어느날 잔인한 꿈을 꾸게 된 이후로 식물이 되고 싶어하는 '영혜', 그리고 주변 인물로 영혜의 언니 인혜와 그의 남편이 등장한다. 영혜는 본인이 다른 동물을 뜯어먹는 피가 철철 흐르는 꿈을 꾸게 되고, 모든 종류의 고기에 구역질을 느끼고 채식을 하게 된다. 그의 극단적인 '채식'에 남편과 아버지와 갈등이 생기고, 자살소동이 이어지고, 남편과는 이혼하고, 영혜는 정신병원에 수용되게 된다. 그러나 영혜의 증세는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거쳐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된다. 


소설에는 영혜가 어떠한 계기로 채식을 하게 되었고, '이상'해졌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고 있다. 그저 피를 흘리며 다른 (인간일수도 있는) 동물을 뜯어 먹는 꿈을 꾼 이후로 모든 종류의 육식을 끊고 식물이 되고 싶어하는 모습이 서술된다. 모든 종류의 폭력성에 구역질을 느끼는 영혜가  어느 순간 이후로 '보통' 사람들에 비하여 극도로 예민해져서 일상적으로 살아오던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느끼게 되어서 그렇게 힘들어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영혜의 채식을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비정상'이라는 반응이다. 비정상을 대하는 태도는 아버지는 물리력을 동원하여 억지로 입에 고기를 밀어넣고, 어머니는 흑염소탕을 고기가 아닌 척 속여 먹이게 하는 등 각기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모두 폭력적이다. 정신병원에서의 팔 다리를 결박하고 진행하는 약물 치료 역시도.

절망스러운 나날 속에서 유일하게 영혜의 괴로움을 알아주는 사람이 인혜의 남편, 즉 영혜의 형부이다. 예술가인 형부인 식물이 되고자 하는 영혜를 보고 강렬한 예술적 영감을 느끼게 되고, 영혜와 영상을 찍는다가 종국에는 하나가 된다. 영혜는 형부와의 퍼포먼스를 통하여 잠시나마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듯 하였으나, 그 사실을 언니 인혜가 알게되고, 그 결과 형부는 유치장으로 영혜는 정신병원에 각기 수용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영혜가 안쓰러웠다. 인혜는 식물이 되어가는 영혜를 살리고싶어서 음식을 억지로 먹이고 치료를 받게하기 위하여 고분분투를 하였지만, 나는 오히려 영혜가 폭력없는 곳에서 빨리 편하게 되었으면 했다. 

소설에서 영혜에게 감정이입을 하였지만, 소설 밖에서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짓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나의 말과 행동이 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음에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다 읽고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불편하게 소설이 장면 장면들이 계속 남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http://blog.naver.com/sur1n/220797300710



휴가 전 휘리릭 읽었던 '베스트셀러 작가' 유시민의 표현의 기술은 내가 항상 관심가지고 있는 주제인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 책 제목을 봤을 때부터 흥미를 확 끌었다. 게다가 만화작가 '정훈이'와 같이 협업을 한 결과라, 책 표지도 만화와 사진으로 이루어진 '귀여운' 디자인이라 왠지모르게 더 정이 갔던 책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결과'에 약간 집착하는 성향이 있어, 책 읽기도 그런 관점에서 '1년에 몇권'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하고. 또 그 결과가 성취되지 않으면 약간의 부담감을 가지곤 하는데. 그런 나의 생각을 되돌아 보게 된다. 





p. 231, 232


"글을 잘 쓰려면 문장 쓰는 기술, 글로 표현할 정보, 지식, 논리, 생각, 감정 등의 내용, 그리고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어느 것이 제일 중요할까요?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 능력입니다. ... 글쓰기도 인생과 같습니다. 마음이 제일 중요합니다.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따뜻한 글을 쓸수 있다'고 생각해왔기에, 무한 공감했던 부분. 덩달아 작가의 따뜻한 마음도 느껴졌다. 





p. 250

글쓰기는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자기표현은 강제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표현하고 싶어야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독후감 쓰기를 의무로 만들지 마십시오. 아이가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 주십시오. 아이가 쓴 글을 가지고 평가하기보다는 그저 즐거운 분위기에서 놀이 삼아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그저 북돋워 주기만 하십시오. 가르치려 들면 아이들에게는 억압이 됩니다. 

논술 1세대로서 독서교육에 대하여 생각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 논술을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나의 딸과도 책을 읽고 책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고 할 날이 기대되기도 한다. 이런 나의 마음을 딸은 숙제를 시킨다고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그 때되면 딸의 일기를 읽어보는 것이 엄청나게 흥미롭고 재밌을 것 같은데(그 날이 기대된다!+.+), 책에는 자녀의 일기를 읽어보면(=검사하면) 표현에 위축이 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쓰여있던데, 그 부분은 나중에 그런 때가 오거든 딸과 상의해보아야겠다. 지금의 마음은 엄마의 일기도 보여줄테니 너의 일기도 보여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ㅎ  





"책을 많이 읽는 데 집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책 속으로 젖어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할 수 없는 책은 올라갈 길이 없는 산과 같습니다. 아무리 대단하고 아름다워도 소용이 없습니다. ... 저는 완전히 재미없고 난해한 책은 읽지 않습니다. 어렵지만 읽을 가치가 있다는 평을 듣는 책이라도 도저히 감정 이입을 할 수 없으면 덮어 둡니다. 제가 아직 그 산에 오를 만한 체력이 안 된다고 인정하는 것이죠. 다른 책을 읽어서 내공이 더 생기고 나면 그 책에 다시 도전해 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 - 무인양품으로 심플하게 살기
미쉘 지음, 김수정 옮김 / 즐거운상상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http://blog.naver.com/sur1n/220815727840



연휴를 맞이하여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인테리어 관련 책을 선택하였다.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이 눈길을 끌길래 집어 들었다. 일본인인 작가는 본인을 '미니멀리스트'라고 소개하던데 그 점도 신선했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하는 복잡리스트인가 싶기도 하고ㅎㅎㅎ


이 책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저자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점이었다. 집 정리, 인테리어 고민을 하면서 하는 나의 핑계는 "우리집은 아이가 있자나" 하는 것이었는데, 그게 핑계였다는 걸 여실히 증명하는 책이었던 것이다. 


작가는 '미니멀리스트' 답게 가지고 있는 물건이 정말 단촐했다. 작가는 '경험의 양 보다 질'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필요한 물건을 없애야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들만 곁에 두고 생활하게 되고, 그런 만족감이 질 높은 시간을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작가는 미니멀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여러 생활 습관을 지키고 있다고 하였는데, 그 중 "매일 물건을 처분한다."는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나 역시도 자료의 홍수속에서 항상 허우적 거리느라 시간을 허비하곤 하니깐. 


이메일 계정에 쌓여있는 자료들, 휴대폰에 매일 넘치는 사진, 문자들, 집으로 오는 우편물들... 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못버리고 있지만(맞다. 나는 못버레는 인간이다.) 막상 그 자료가 필요할 때는 그 자료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해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 왜 쓸모 없는 물건을 이고지고 살았던 것일까. 


이런 교훈을 얻으며 나도 온전히는 불가능하겠지만 미니멀리스트 흉내를 한번 내볼까 하는 마음에서 어젯밤에는 쓸데없는 물건들을 몇개 버렸다. 


돈을 들여 물건을 들이고, 또 돈을 들여 물건을 버리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 그나마 매일 처분하지 않으면 또 물건이 쌓이니 매일 정리하고 매일 처분해야 한다는 것. 단순하게 살기가 쉽지가 않다.


여분의 물건을 없애면 보이기 시작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