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닭 치리 높새바람 51
신이림 지음, 배현정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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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갈림길에 선다면.

<싸움닭 치리> 신이림/바람의아이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잎삭이는 알을 낳기만 하는 삶을 거부, 알을 품어보고 싶다는 소망으로 닭장을 넘어 마당으로 나온다.  <갈매기의 꿈> 속 조나단은 다른 갈매기들처럼 먹기 위해 나는 사는 삶을 살지,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데 항상 갈등을 맞닥뜨리기 마련이다. 잎삭이와 조나단 처럼 삶을 사는데는 선택이 존재한다.


 <싸움닭 치리> 는 이제 막 수탉이 된 치리와 깜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투계의 삶으로 아버지의 고통을 경험한 깜이는 가야리에서 여느 수탉의 삶을 살고 싶어한다. 반면 수탉으로서 힘과 용기를 자랑하고 싶은 치리는 안전한 닭장 안의 삶은 시시하만 하다. 어느날 투계 훈련사 챙모자는 치리와 깜이 중 한 마리를 데려가려고 한다. 깜이는 치리를 위해 챙모자에게 잡히지만, 치리는 자신을 속이고 깜이가 투계 훈련사에게 간 것이 억울하다. 어느날 치리에게도 투계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오는데...


“오토바이가 가야리를 벗어나서야 깜이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생각했다. 두려움이 일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아버지 모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깃털은 핏물에 엉겨 붙어 있었고, 상처는 깊게 패인 채 드러나 있었다.

 ‘잘한 거야, 처리 대신 내가 온 건.’

  깜이는 눈을 꾹 감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제2의 고향이었던 가야리도 이제는 끝이었다. ”(p.23~24)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친구와 그의 가족을 위해 투계의 길로 들어가야만 했던 깜이. 하지만 깜이의 마음을 알 길 없는 치리는 본인이 선택되지 못한 삶을 아쉬워한다. 가보지 못했기에 그 길이 더 아쉬운 걸까. 힘들고 어렵지만 치리 또한 투계의 길을 가봐야하는게 맞는 걸까? 깜이나 엄마의 말을 듣고 안전한 수탉의 삶을 살아야하는게 맞는 걸까?


책 속에는 여러번의 선택에 맞닥드린다. 다친 깜이와 도망을 가려 하지만, 다시 붙잡힌 깜이는 치리에게 도망가지 않았다고 화를 내지만, 치리는 “ 내가 도망쳤으면 넌 개한테 물려 죽었어. 너 같으면 내가 죽게 생겼는데 놔두고 도망가겠냐?”  (p.96~97) 라고 소리를 지른다. 내가 이기려고 하지 않으면 상대가 다칠 일이 없다는 깜이에게 치리는 “그럼 네가 죽을 수도 있는데?”(p.113) 라며 반기를 든다. 치리와 깜이는 삶은 선택의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목숨과 자유를 담보로 닭장 안에서 편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늙은 수탉처럼 자유롭게 살되 스스로 자신을 책임져야만 할 것인가.” (p.147) 우리의 삶도 치리나 깜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삶에서 선택의 문제에 막닥드리면 자신이 스스로 책임져야하는 것이다.


 작가는 동화를 통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고 말한다. “투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건 필리핀과 같은, 투계를 허용한 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투계시합을 보면서였어요. 아주 오래 전 뉴스에서 그 장면을 보았는데 그때 전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고 분노가 끓어올랐었지요. 그래서 동화를 통해 투계뿐만 아닌, 모든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작가 인터뷰 중) 

 이 책은 초등학생들과 선택의 문제 뿐아니라 동물권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에 좋다.  더불어 모든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면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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