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 일기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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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의 노후는 어떠할 것이며 어떠한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 화두이다. 어렸을적 나는 밤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잠을 이루었던 기억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떠올랐다. 죽음 이후의 삶이 궁금했기에 종교적 편향 없이 다양한 종교들도 접하였는데 불교,기독교,도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사후세계는 죽지 않는 이상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점점 관심사에 멀어졌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바쁘다보니 죽음 역시 생각하지 않게되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며 죽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군대에 있던 시절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던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께서 경도인지장애를 처음 발견했을 쯤 할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살았는데 처음에는 정상인과 다를바가 없으셨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연세가 드심에 따라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치매를 앓게 되었는데 자주 집밖을 나가셔 온 가족들이 자주 할아버지를 찾으러다녔다. 또한 본인이 누구인지를 인지하지 못하셨고 가족들 또한 누군지 묻곤 하셨다. 치매를 앓은 할아버지도 고통스러웠을테지만 함께사는 가족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잃어가는 할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보며 인간다운 삶에 대해 고민도 많이하게 되었고 할아버지처럼 치매를 앓는 삶을 살게 되면 어떨지 감정이입도 해보았다. 군대에 있었기에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의 저자가 우려하는 의료적 생명연장을 써볼 겨를도 없이 갑자기 건강히 악화되어 생을 마감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할아버지께 행복한 죽음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할아버지께서 죽기직전에 정신이 드셨는지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주셨다는 데 할아버지께서도 가족들의 간병에 대한 노력도 알고 계셨던 듯하다.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거나 자식이 부모를 간병하는 오늘날의 고령화시대에 사회적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정신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부모를 죽이거나 남편 혹은 아내를 죽이고 자신 역시 자살하는 기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일본를 보면 한국의 10년뒤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고령화에 저출산이 계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앞으로 노인간병문제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다가올 것이다. 2018년 2월에야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으로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우리나라에게 안락사에 대한 논의는 멀고먼 고개길을 지나야할 것이다. 나역시 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안락사와 존엄사에 대한 개념도 정확히 알지 못할정도였으니 말이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의미가 있는 것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저자가 제시한 20살 이후 생일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방법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할아버지를 모시며 겪었던 간병의 고통을 알기에 지금부터 죽음에 대한 언급을 꺼려하기보단 친숙하게 여기고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만드는 것을 어떨까? 이러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안락사에 대한 법제정으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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