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경제사 - 돈과 욕망이 넘치는 자본주의의 역사
최우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어렸을적 읽었던 동화는 내게 무한한 상상력을 품게 해주었다. 동화를 통해 세상과 접하였고 동화를 통해 수많은 꿈을 꾸곤 하였다. 그러한 동화의 이면에 그 당시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가득하였다니 놀랍고 새로웠다. 동화가 현실을 등에 업고 새롭게 나타난 느낌이었다. 어렸을때에 동화가 내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었다면 이 책을 읽으며 어렸을적 동화를 읽었던 느낌으로 돌아가 현실의 관점에서 그 당시의 모습을 마치 눈앞에서 보듯 그 당시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내 모습을 인지하게 되었다.

 과거의 내 기억에 성냥팔이 소녀에 대한 죽음은 안타깝고 불쌍한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이 책에서는 성냥팔이 소녀의 죽음에 전통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가치관이 바뀌며 나타난 시대적 변화의 모습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가난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전통사회에서는 자연재해 등으로 일어난 불운한 일이므로 지역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산업사회로 진화하면서 가난의 원인은 게으름이 원인이므로 가난에 대한 고통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변화하였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자선단체나 개인들이 호혜적 시각을 가지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자선단체나 개인이 가난한 사람들은 돕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시대적 문제를 지적하며 나온 동화가 행복한 왕자다. 빈곤은 자선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치며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가난에 대한 시대적 입장이 변화한 것이다. 1840년대에 나온 동화와 1880년대에 나온 동화에서 가난을 바라보는 모습이 바뀌는 시대적 흐름이 읽혀진다니 흥미로웠다.

 동화 피노키오를 보면 시대에 따라 동화를 해석하는 모습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세기에는 이탈리아의 통일 이후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세기 초에는 피노키오 동화가 무솔리니 독재정치의 입맛에 맞게 해석되었다. 그러다 20세기 후반에는 디즈니 사가 중산층 어린이를 위한 교훈과 덕목에 맞게 해석하여 각색해 내놓았다.

 브레멘 음악대의 경우 독일농민전쟁에 영향을 받아 나온 동화이다. 현실에서는 비록 독일농민전쟁이 패했지만 동화를 통해 이상이 실현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론 이 동화를 읽으며 우리나라의 소설 박씨전이 생각났는데 브레멘 음악대와 마찬가지로 현실에선 병자호란으로 고통받았지만 소설에서만큼은 만주족을 물리치는 이상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줬기때문이다.

 엄마찾아 삼만리는 이탈리아의 이민행렬과 관련된 동화다. 그당시에 이탈리아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북부의 산업지대만 성장하고 남부는 심각한 실업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취업난을 겪고 있던 남부 이탈리아인들에게 아르헨티아는 기회의 땅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오늘날의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와 오버랩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먹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동화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무척 흥미로웠다. 저자가 언급한 동화들뿐만 아니라 다른 유명동화들에는 어떠한 시대적 현실과 비판 등이 있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까지 나아갔다. 동화뿐만 아니라 소설,시 등의 문학작품에 작가가 말하고 싶은 이면에는 무엇인지 비판적으로 작품을 읽고 혜안을 넓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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