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14일

14일 -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리사 고이치 지음, 김미란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1월

이 책을 읽으며 글쓴이의 어머니인 밀리 고이치 여사가 마치 나의 어머니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족들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였던 삶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저자의 어머니가 전업주부였던 것처럼 나의 어머니도 전업주부인데 늘 집에 있기에 어머니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것 같은 착각 속에 말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죽음에 대한 생각은 점점 잊혀져 갔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영원히 함께할 거라는 환상 속에 삶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나의 군입대 이후 훈련병때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죽음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할아버지가 연세가 있으셔서 건강하지는 않으셨지만 군입대하기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실꺼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막상 그 상황이 닥치니 가족들이 언제가는 내곁을 떠날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밀리 고이치 여사가 14일간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할아버지가 병원에서 가족들 곁을 떠나기전에 겪으셨던 모습과 무척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할아버지 역시 인위적인 수명연장을 포기하셨는데 비록 할아버지 곁에서 임종을 맞이하지 못했지만 어머니의 이야기로 들은 모습과 밀리 고이치 여사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죽음에 이르는 상황이 비슷했다.

무신론자인 나에게 밀리 고이치 여사가 죽음에 이르기 전에 봤던 저승사자들은 이성적으로는 믿기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내세가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천국이 있다면 할아버지는 어디에 계실까? 천국에서 우리 가족들을 내려다보며 응원하고 계실까?

밀리 고이치 여사가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에 가족들이 주변에서 밀리 고이치 여사가 외롭지 않게 곁을 지키며 한마디라도 더 얘기하려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사람이 죽음에 이르기 전에 청각이 마지막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다시는 못갈 강을 건너기 전에 한 마디라도 더 나누려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감정이입이 되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실때 곁에서 마지막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도 있었는데 그 모습을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인간은 삶이 유한하다는 것은 절대적 진리이다. 언젠가는 내 주변의 있는 사람들도 하나 둘씩 떠나갈 것이다. 그렇지만 또한 삶이 유한하기에 지금의 인생이 가치있다. 인생의 가치를 허공에 의미없이 날려버리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줘서 이 책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