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애니 베전트 지음, 황미영 옮김 / 책읽는귀족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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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누구이고, 왜 태어났으며, 죽은 후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마 초등학생 시절이 절반쯤 꺾일때쯤 이런 생각을 처음 시작한 것 같다. 그 당시에 죽음에 대한 공포는 대단하였기에 늘 어두컴컴한 방에서 잠들때까지 이 주제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보았다. 주로 죽음 이후의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이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도 나이가 차차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러게 잊혀지기 시작하였고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바쁘기에 최근에 들어서는 아예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고 과거의 궁금증이 어느정도 풀리는 듯한, 마치 선지자를 만나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사실 나는 종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무신론자이기에 사후세계에 대해 과거의 무지했던 인간이 만들어낸 허무맹랑한 소리라 여겼었다. 과학을 배운 현대인이기에 내 눈앞에서 증명을 해보이지 않는 이상 종교자체가 거짓이라는 어찌보면 무신론자인 내 자신에 대한 지적 우월감에도 빠져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 세계는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것들이 너무나 많고, 우주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저자의 종교적 이념인 신지학은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나 같은 무신론자도 그 이론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무신론자이기에 여러 종교들을 다 경험해 본 나에게 모든 종교가 태초에 한뿌리였다는 말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여러 종교들이 각각의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경전들을 읽어보면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북한과 분단된 채 60년이상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언어에 차이가 생긴 것 처럼 종교역시 한뿌리에서 시작되었지만 수많은 시간이 흐르며 분화한 것이 아닐까?

신지학을 창시한 사람들의 교리 중 놀라웠던 것은 그들이 비록 서양사람들로 이루어져있지만 동양의 종교적 관념들을 기정사실화한 점이었다. 환생 등이 그것이다. 19세기의 서양은 과학이 시대적 패러다임이었는데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 점이 새로웠다. 제국주의 시대에 동양의 문명을 미개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대다수였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신지학과 과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종교적인 신지학과 과학은 서로 양극단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두 학문 모두 만류귀종으로 통하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신지학에서는 아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과학이 추구하는 바와 같다. 비록 과학은 증명으로 실재를 증명하려하고 신지학은 종교적 관점에서 앎으로써 신에 가까워지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현대시대에 우리 인류의 존재자체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있었고 광할한 우주에서 우리가 진화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종교가 있건 없건을 떠나 선입견을 버리고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생각의 영토를 넓히는데 뜻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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